거장(巨匠) 타비아니 "김기덕 영화 '사마리아'에 놀랐다"

"최근 몇 년간 세계 영화 중에서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가 한국 영화입니다. 그 나라를 찾아 이렇게 많은 영화 팬들 앞에 서게 되니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순간 같습니다"

7일 부산 해운대 그랜드 호텔에서 검은 형형한 눈빛의 파올로 타비아니(76·Taviani) 감독이 마이크를 잡았다. 올해 부산영화제가 초청한 거장들의 강연 프로그램, '마스터클래스'의 주인공이다. 강연 제목은 '이야기의 마법사-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어서'.

파올로 타비아니는 친형 비토리오(79)와 함께 이탈리아 영화의 르네상스를 주도한 형제 감독. '파드레 파드로네'(1977)로 이탈리아 최초의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을 조국에 안겼으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하나다.

그는 특히 김기덕 감독의 영화 '사마리아'를 보고 굉장히 놀랐다고 덧붙였다. "비극적 스토리도 감동적이었지만 촬영 방식이나 연출, 제작된 과정 자체가 놀라웠습니다. 가장 비극적인 순간을 재능 없는 감독이라면 격렬하게 표현했겠지요. 그러나 김 감독은 단순하면서도 고전적이며 차가운 느낌을 담았습니다. 그 자체가 더 비극적으로 다가왔습니다."

1962년 '불타는 남자'로 영화계에 입문했던 타비아니 형제는 '파드레 파드로네' 이후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과 본격적으로 결별했다. 그 뒤 '로렌조의 밤'(1982)·'굿모닝 바빌론'(1987) 등에서 혁명과 파시즘에 관해 객관적인 현실과 주관적인 시선을 동시에 담아내는 극단적인 영화 작법을 시도했다. 그래서인지 타비아니 형제의 작품은 시대상을 충분히 반영하는 동시에 정치색을 띠는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타비아니 감독은 "메시지는 영화가 전달하는 게 아니라 우체부가 전해주는 것"이라는 자신의 스승 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의 말을 인용했다. "영화의 배경이 우리 사회가 될 뿐이지, 우리가 사회를 정치적으로 비판하기 위한 영화를 만드는 건 아니다"라는 것이다.

이 원로 감독은 '영화는 무엇인가'라는 원론적 질문에 "일종의 대성당을 짓는 것과 같다"고 현자처럼 답했다. 많은 사람의 아이디어가 집약되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그리고는 최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세계 영화를 잠식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일종의 정부 차원에서 자국 영화를 보호하는 제도가 있는 것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훌륭한 독일영화들은 독일 정부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을 때 만들어졌는데 그 제도가 없어진 뒤 쇠퇴를 겪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