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동족 상잔(相殘)’

〈제1보〉(1~19)=LG배는 개인전이지만 국가 간 경쟁을 겸할 때 흥미가 배가 된다. TV나 인터넷 중계 때 타국 기사끼리 싸워야 접속자 수가 폭증하는 게 그 증거. LG배가 매 라운드 별로 소속국을 갈라 대진추첨을 실시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러나 올해 경우엔 1라운드 통과자 16명 중 한국 기사가 9자리를 차지함으로써 한 쌍의 동족상잔(?)이 불가피해졌다. 바로 이 판의 두 주인공 이세돌과 김지석이다.

돌을 가려 흑을 잡게 된 김지석, 망설임 없이 첫 점으로 우상귀 소목을 차지한다. 1착은 기나긴 마라톤의 출발점이다. 당연히 기합이 들어간다. 그 출발을 화점으로 하느냐, 소목을 택하느냐는 것은 기풍보다는 당일의 기분에 좌우될 때가 많은 것 같다. 4까지 흑의 양 소목, 백의 양 화점 포진이 이뤄졌다. 7로 걸친 데까지는 너무도 흔하게 재현돼 오고 있는 익숙한 포석이다.

하지만 8은 '최신 버전'에 속한다. 과거엔 이 점으로 우상귀에 많이 걸쳤다. 참고도가 이런 배석(配石)에선 얼마 전까지 최신판으로 대접 받던 유행 포진이었다. 17에 걸쳐가자 이세돌은 처음으로 3분여 동안 뜸을 들이더니 18에 협공했고, 김지석은 무려 8분의 숙고 끝에 19로 양걸침해 간다. 두 기사의 두뇌회로가 굉음을 내며 무시무시한 속도로 풀 가동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