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효진 첫 단독 주연 '미쓰 홍당무'

포스터 한장으로 관객의 뇌리에 깊게 박힌 영화가 있다. 공효진의 첫 단독 주연 영화 '미쓰 홍당무'(감독 이경미)다.

평소 감각적인 패션으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공효진이 시골 5일장에서나 구할 법한 촌스러운 코트를 걸치고 빨간 얼굴로 땅 속에서 울상을 짓고 있는 포스터는 보는 사람 얼굴에 미소를 짓게 한다. 여기에 '이쁜 것들 다 묻어버리고 싶다!'는 솔직한 카피는 못난 여자가 벌이는 좌충우돌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예상하게 만든다.

그러나 '미쓰 홍당무'는 꿈같은 공주풍의 로맨틱 대신 잔혹한 리얼함을 웃음으로 만들어낸 뛰어난 코미디다.

얼굴이 빨갛게 변하는 안면홍조증에 왕따로 고생하는 고등학교 러시아어 교사 양미숙(공효진)은 짝사랑하는 고등학교 은사이자 현재는 동료인 서선생(이종혁) 주변을 끊임없이 서성인다. 유부남인 서선생은 또다른 러시아어 교사 이유리(황우슬혜)와 사랑의 감정을 쌓고 있는 은밀한 관계. 미숙은 두 사람의 관계를 눈치 채지만 멀어지게 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 그런데 서선생의 딸인 여중생 서종희(서우)가 이유리와 아빠의 관계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미숙의 접근으로 두 사람은 곧 의기투합한다. 이렇게 두 여자의 한 남자 지키기 작전은 시작된다.

한 남자를 둘러싸고 벌이는 세 여자(미숙, 종희, 유리)의 발칙한 대결은 관객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특히 엉뚱한 곳에서 터지는 성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대사는 두고두고 회자될 정도다. 야한 장면 하나 없이 18세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미쓰 홍당무'는 남녀문제로 이야기를 꺼내지만 결국엔 미성숙한 세 여자의 성장을 그린다. 정신적, 사회적으로 미숙한 세 여자가 남자로 대변되는 한바탕의 소동과 사건을 통해 아주 조금 키가 자라나는 과정은 시종일관 유쾌하다.

이 영화 최고의 매력은 전형적 인물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신선함이다. 게다가 독특한 인물들을 제대로 살려낸 베테랑 공효진과 신인 서우 황우슬혜의 앙상블은 최고다. 공효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세 명의 균형을 잘 잡아낸 신인 이경미 감독의 연출력도 한 몫 했다. 영화의 백미인 미숙 종희 유리 그리고 서선생과 부인의 5자대면을 풀어낸 새로운 연출 시도도 돋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이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라는 단순한 진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따뜻한 시선이 반갑다.

단 영화 초반 독특한 캐릭터와 복잡한 인물 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빠른 이야기 전개와 편집이 매끄럽지 못한 게 흠. 하지만 신인 감독의 특권이라 할 수 있다. 16일 개봉. 　

< 박종권 기자>

영화 '미쓰 홍당무' 본지 기자 평점 　▶박찬욱 감독이 발굴한 괜찮은 신인 여감독 한명에 앞으로 충무로가 풍부해질 듯. ★★★☆ <전상희 기자> 　▶공효진 재발견의 기쁨, 신인 서우 황우슬혜의 탄생에 환호. ★★★★ <박종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