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회 LG배 세계기왕전] 천재(天才)VS. 천재(天才)

〈제2보〉(20~36)=이세돌은 대표적인 천재형 기사. 김지석은 그 이세돌이 일찍이 "내 뒤를 이을 재주덩이'라고 불렀던 또 하나의 천재다. '동류항'끼리는 뭔가 통하는 법인지 이세돌은 김지석을 상대로 꽤 많은 스파링을 가졌다. 아끼는 후배의 재주를 시험하려는 뜻도 있었을 것이다. 그 옛날 괴물기사 후지사와(藤澤秀行)가 "세계 최고의 기재(棋才)"라며 애지중지하던 조훈현을 상대로 수백 판을 겨뤘던 것과 흡사한 이치다.

20으로 '가'에 씌우는 참고 1도의 변화는 너무 평범하다고 봤을까. 23으론 참고 2도 1로 귀에 쳐들어가는 수단도 있다. 그러면 7까지는 정중동(靜中動)의 눈치싸움이 된다. 그러나 19세 소년 김지석은 싸우고 싶었고, 그래서 26을 기다려 27로 움직였다. 27로 '나'는 백 27로 귀의 실리가 짭짤하다.

31에 이르자 백은 32, 34의 희생타를 이용해 36으로 중앙에 진출한다. 여기까지 좌하귀의 변화는 낯설다는 프로들이 대다수였다. 그럼에도 둘 모두 별 고민 없이 두어 치운 것은 쌍방 상당한 사전(事前) 연구가 돼 있었다는 뜻. 36 때 흑 최선의 대응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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