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산행코스] 오지의 산 | 청송봉

청송봉(靑松峰·1,168.5m)하면 단번 소나무가 많은 산이구나 하고 생각할 것이다. 허나 이름에 걸맞던 청송은 고랭지 배추밭 개간으로 하나 둘 잘려 나가고 마루금을 따른 태백시쪽으로 몇 그루만 남아 청송봉의 체면을 겨우 유지해주고 있다.

국토지리정보원 발행 지형도에 이름이 등재돼 있지 않은 청송봉은 태백시 북쪽에 삼척시 하장면과 경계에 위치하며 모산은 삼봉산(1,231.9m)이고, 할배는 백두대간 상의 금대봉(1,418.1m)이다.

금대봉에서 북으로 가지를 쳐 분주령을 넘어 자연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천상화원을 이루는 대덕산(1,307.1m)~원동재~삿갓봉(1,184.9m)을 지난 약 15km쯤 삼봉산에 이르러 북북동으로 가지를 뻗은 3km쯤에 남한강 원류 금대봉 검룡소에서 발원한 대박산천(골지천)에 막혀 백두대간의 덕항산, 황장산, 댓재, 두타산, 청옥산, 둥둥산들을 마주하고 솟아있다.

산행 들머리로 조탄 버스승강장을 택했다. ‘범죄 없는 마을’을 뒤로하고 35번 국도를 따라 광동호 방향으로 걸어 숙암2교를 건너기 전 35번 국도를 버리고 왼편으로 산을 깎아 만든 산허리길로 올라선다. 이 길은 삼척 하장면 광동리 지구렁이 마을로 가는 지름길이다.

어디서 간장 다리는 냄새인가? 게분 냄새인가? 점점 더 심하다. 주의를 살피니 석회암에 노란 꽃이 무리지어 피어있다. 돌마타리에서 나는 냄새다. 어느 졸부가 주제넘게 거들먹거리며 집들이를 한다고 손님들을 초청해놓고 돌마타리로 꽃꽂이를 해놓았으니 파티는 엉망이 되어 개망신했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꽃이다.

석회암 절개지를 돌아 오르자 아홉구미재다. 돌리네, 땅이 꺼진 구덩이가 아홉 개쯤 있다하여 아홉구미란 이름이 생긴 곳이다. 여기쯤에서 청송봉으로 가려면 왼편의 산마루로 올라서야 하는데, 첫 번째 길은 하장간 554, L15호~L16호전봇대 사이에서 왼쪽으로 보이는 농로, 아홉구미 말랑에 있는 L19호 전봇대에서 왼쪽 농로, 아홉구미재를 넘어 내려가는 곳에 위치한 L20호 전봇대 왼쪽 길이 그것이다.

아홉구미재~정상~삼봉골~지구렁이 코스

첫 번째 농로를 따라 10분쯤에 능선마루 공터인 노가재다. 제법 조망이 괜찮다. 북으로 건너편에 철탑을 머리에 꽂은 찌걱산(지각산)이 광동호를 끼고 솟았고, 그 뒤로 둥둥산의 품새가 대단하다. 남쪽은 조탄 마을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노가재를 뒤로하고 남남서로 이은 능선의 농로를 따라 배추밭 사이로 간다. 소나무들이 듬성듬성 남은 길이 20분쯤에 끝나고 숲속으로 드니 오래된 산판길이 나타난다. 노란 꽃의 쇠서나물, 조팝나무, 마타리, 연보라 얼굴의 개쑥부쟁이, 자주색 키다리 늘씬녀 각시취들이 꽃을 피운 몽환적인 숲길이다.

20분쯤 술취한 듯 걷자 안부(해발 884.5m)다. 옛 산판길은 안부에 이르자 슬그머니 도릉골 방향으로 내려가 버린다. 지금까지 호사를 누리던 길을 뒤로하고 숲을 뚫고 주능선으로 올라간다. 된비알에 거의 길 흔적이 없다. 멧돼지들의 배설물을 보며 962.5m봉에 올라서니 멧돼지 보금자리다.

여남은 그루의 소나무 사이로 청송봉이 올려다 뵈는 962.5m봉을 뒤로 하고 계속 남남서 능선을 따른다. 태백시쪽으로는 하늘을 가린 신갈나무가 빼곡하고, 오른편인 삼척땅 배판골 사면은 벌목을 하여 조망이 트였다.

베어놓은 나무들 때문에 보행이 느려진다. 926.5m봉에서 1시간30분이나 시간을 잡아먹고서야 삼각점도 없고 조망도 캄캄한 신갈나무 들어찬 두루뭉실한 청송봉 정상이다. 민듯한 봉우리 둘 중에 남쪽 것이 2.3m 더 높다.

하산은 계속 삼봉산으로 이은 남남서쪽 능선을 따라 내려가 삼봉골 안부(해발 1,103.7m)다. 여기서 지금까지 따르던 능선과 이별을 고하고 오른편 삼봉골로 방향을 튼다. 초장부터 길은 없다.

오지의 산, 진수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물골을 따라가다 산짐승 다닌 길이 더 좋아 보이면 허리를 굽혀 숲터널을 빠져 나가기도 한다. 오미자가 사방 붉게 익었다. 멧돼지들의 목욕자리를 만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계곡을 따라 허겁지겁 내려서기를 1시간여에 삼봉골과 보리미골의 합수점이다.

계류를 건너 농로를 따라 밭 위로 올라서자 한숨 트이는 임도다. 구불구불 임도 따라 40분쯤 내려서자 옛날에는 사금을 채취하던 마을이 지금은 고랭지 배추 출하가 한창이다. 광동댐이 생겨 수몰지구가 되며 모두 이주하고 다섯 가구쯤 남은 지구렁이 마을 삼거리에 닿았다.

삼거리에서 오른쪽 아홉구미재로 가는 오름길로 들어선다. 지구렁이(지운곡) 마을 전경이 내려다보인다. 다리 힘이 빠지는 갈지자 길을 올라서니 아홉구미재 말랑이다. 주머니에 넣어둔 오미자, 머루, 다래를 꺼내먹는 맛에 정신이 팔려 어느새 조탄 버스승강장이다.

산행길잡이

조탄 버스승강장~(20분)~노가재~(1시간)~962.5m봉~(1시간30분)~정상~(10분)~삼봉골 안부~(1시간20분)~삼봉골·보리미골 합수점~(40분)~지구렁이 삼거리~(30분)~조탄 버스승강장.

교통

하장버스터미널(033-552-0553)에서 태백행 버스 조탄 경유 1일 7회(08:25, 09:00, 09:20, 11:05, 12:50, 18:00) 운행.
하장→삼척  1일 3회(08:30, 14:50, 18:00)운행.
하장→임계  강릉행 버스 1일 4회(08:40, 10:30, 15:25, 19:40) 운행.
태백→조탄  시외버스터미널(033-552-3100)에서 하장·임계행 1일 8회(06:10, 07:40, 09:50, 12:20, 14:45, 17:00, 19:00, 19:30) 운행.
조탄→태백  1일 8회(07:30, 08:25, 10:00, 11:15, 13:00, 14:50, 17:50, 20:20) 운행.

숙식(지역번호 033)

주문도시락과 분식전문점의 맛나분식(552-2806,016-348-5770), 태백산흑염소(010-3775-2959), 하장의 민물매운탕(553-2107), 우리식당민박(553-5215), 태백 동경장여관(552-6624), 태백고원 자연휴양림(550-2849).

필자 프로필

강원도에서 나고 자랐으며, 40여 년간 강원도 오지 산골을 누비고 다닌 산꾼이다.
태백 한마음산악회 회원. 숲해설가.


/ 글·사진 김부래 태백 한마음산악회 고문·태백여성산악회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