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우리시대의 얼굴이다

원로 사진가 윤주영(80)씨가 우리 시대를 이끈 대표적인 지식인과 문화예술인 50명의 초상을 담은 사진집 《50인―우리 시대를 이끌어온 사람들》(방일영문화재단)을 내고, 15~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본관에서 전시회를 연다.

사진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1910~1930년대생이다. 김남조(시인)·박완서(소설가)·백성희(연극배우)·임권택(영화감독)·황병기(가야금 명인) 등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성취를 이룬 원로들의 눈동자에는 아직도 매섭게 살아있는 예술혼이 엿보인다. 남덕우(정치인)·박태준(포스코 명예회장)·방우영(신문인)·백낙환(인제대 이사장)·백선엽(예비역 육군대장)·송방용(전 헌정회장) 같은 분들은 "폐허로부터 눈물겨운 재기까지 격동의 현대사를 경험하고 이끈" 주인공들이다. 어려운 시절을 살아낸 기개, 자기 길을 꿋꿋이 걸어간 의지, 나이를 먹으며 자연스럽게 몸에 밴 품위가 전해져 온다. 황량한 시대를 헤쳐온 대가들의 고집스러운 입매도 흑백 사진 특유의 강렬한 콘트라스트와 잘 어울린다. 사진집은 성명 가나다순을 따랐다.

저자 윤씨는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원로 언론인이다. 칠레 대사, 청와대 대변인, 문화공보부 장관, 국회의원 등을 두루 거친 뒤, 50대 나이에 카메라를 들어 지금까지 27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만 59세에 첫 사진집 《내가 만난 사람들》을 낸 이래 《탄광촌 사람들》 《일하는 부부들》 《어머니》 등 수많은 작품집을 내기도 했다.

그는 이번 사진집 서문에 "우리 시대를 이끌었던 50분을 통해 우리들이 겪은 역사를 재조명해 보고자 했다"며, 그들의 인생을 통해 "우리가 미처 몰랐던 역사의 진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그 이상 다행인 일은 없겠다"고 적었다. 저자는 각각의 사진 옆에 소상한 이력을 싣고, 사진 속 주인공의 입에서 나온 육성을 옮겨 놓았다. 소설가 한운사(87)씨는 이렇게 말했다.

"죽으면 아무것도 안 남는다. 명예도 돈도 사람들이 그처럼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이 다 아무것도 아니다. 없어지는 것이다. 87년을 살아오면서 겨우 깨닫는 철학이다. 살아있는 동안에 멋있게 살아라." 112쪽, 2만5000원. 전시 예매 1544-18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