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회 LG배 세계기왕전] 갇힌 신세

〈제5보〉(64~81)=김지석은 89년생으로 박승화 진시영 이원도 류동완 등 유망주들과 동갑내기. 하지만 이 그룹의 현재 '좌장'으론 강동윤이 꼽히고 있다. 김지석과 강동윤은 어릴 때부터 나란히 '천재 소년'으로 불리며 경쟁했으나 아직은 강동윤의 실적이 훨씬 앞서있기 때문. 김지석은 지난해 바둑리그서 10승4패로 소속 팀의 우승을 주도하는 등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현 국내랭킹은 20위.

백은 64로 붙여 둘 만하다고 판단했던 것 같은데 17분 만에 놓인 65의 구(口)자 행마가 좋았다. 김지석은 이처럼 몸싸움이 붙으면 멋진 수를 찾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백은 참고1도 1로 젖히지 못한다. 66이란 고육책을 들고나왔지만 67이 통렬하다. 68로 71이면 흑은 70으로 단수친다.

70으로 참고2도 1로 두는 것도 흑4까지 백이 망한 모습. 결국 78까지 백은 우리에 갇힌 신세가 됐다. 78로는 '가'로 끊어 보복하고 싶은 생각이 울컥 치밀지만 흑 '나'를 당하면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78 후수로 살자 흑은 사뿐한 손길로 81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수가 '달리던 말의 돌부리' 같은 한 수였다. 뭐가 문제였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