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회 LG배 세계기왕전] 우주 유영(游泳)

〈제6보〉(81~94)="초반전은 항상 불만스럽지만 포석만 웬만큼 짜고 나면 중반전은 자신 있다. 종반도 그리 약하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이세돌의 자평(自評)이다. 중반은 본격적으로 힘겨룸이 이뤄지는 시기. 전투에 특히 자신감을 갖는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오늘은 중반 초입에 실착이 나오면서 고전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김지석의 싸움실력도 결코 만만치 않다는 얘기도 된다.

그런데 바로 이 대목에서 이번엔 김지석의 실착이 터졌다. 81이 문제의 한 수. 자체론 훌륭한 요처지만 지금은 정답이 아니었다. 참고도처럼 4까지 공배를 채워놓은 뒤 5로 보강해 둘 장면. 백에게 6을 내주더라도 18까지 철저히 득을 취한 뒤 19에 두었더라면 흑이 집도 세(勢)도 좋아 우세를 굳혔을 것이다.

이세돌의 눈이 번쩍하더니 82로 끊어간다. '중반의 승부사'다운 독수(毒手). 어차피 '가' 정도로 지키고 있을 여유는 없다. 이렇게 되면 92까지는 거의 외길. 흑은 좌중앙에서 40집을 버리고 93으로 우측을 통째 차지하겠다는 전략을 택했다. 이세돌의 자신감이야 그렇다 치고, 19세 김지석의 배짱도 놀랍다. 94부터 우주 유영(游泳)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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