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2차 폭격(爆擊)

〈제7보〉(94~116)=어린 시절 김지석의 별명은 '따먹기 대마왕(大馬王)'이었다고 한다. 상대 대마를 번번이 몰판시켜 얻은 닉네임. 그러나 이런 기풍은 프로세계 진입 초기엔 상당한 좌절을 겪게 돼있다. 바둑은 싸움 외에도 적절히 완급조절과 대세관을 요구하는 '종합 게임'이기 때문. 같은 과(科) 선배 격인 이세돌도 그 과정을 거쳤다.

이제부터의 콘셉트는 흑의 저돌공세와 백의 날렵한 타개다. 94는 보통 참고1도 1을 떠올리지만 지금은 6을 맞아 무거워진다. 흑도 이미 '거액'을 선(先)투자한 처지여서 95로 통째로 공격해야 한다. 혹시 못 잡더라도 우상 일대 황무지를 개간해 수지(收支)를 맞추려는 심산.

백 96이 깃털처럼 가볍다. "잡을 테면 잡아보라"는 유혹의 몸짓. 참고2도 1로 끊을 수 없다. 98, 102로 적진 속에서 꿈틀대더니 106에 이르러 결국 상하 양쪽을 엮어냈다. 113으로 참고3도 1이 있을 것 같지만 7 다음 8로 1에 이어 A, B 맞보기. 패(覇)도 안 난다. 눈부신 타개였다. 한숨을 내쉬던 김지석, 115까지 상변 폭을 최대한 넓히자 116의 2차 폭격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