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회 LG배 세계기왕전] 괴수(怪手) 행진

〈제8보〉(117~133)=이세돌의 기보만큼 재미있는 바둑은 없다고들 한다. 그의 선택은 언제나 화끈하고 수법은 변화무쌍하며 흐름은 아기자기하다. 반상의 휘하 병졸들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팔딱팔딱 뛰어다닌다. 실력의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매료될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중국 매스컴들까지 나서 "이세돌은 10단 실력"이라고 감탄했겠는가.

백△에 대해 검토실에서 "참고1도 1로 11까지 백의 꽃놀이패(覇)를 만드는 게 더 통렬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세돌 역시 이 수단을 보고 있었다. 이런 맛을 남긴 채 상변부터 건드려본 것. 아무튼 흑으로선 '일망타진' 외엔 대안이 없다. 118때 119의 헤딩도 처절하다. 선배기사들이 "지석이니까 가능한 수"라며 웃는다.

121 역시 '비상시국'임을 웅변하고 있다. 참고2도처럼 리듬을 주기 싫다는 뜻. 122때도 '가'의 선수를 안 맞으려고 19분 만에 123으로 웅크렸다. 온갖 기형(奇型), 괴수(怪手)가 총동원되고 있다. "조금만 살려주라(124)." "절대 안 되지요(125)." 다시 금쪽같은 12분 만에 133. 백의 침입군을 향해 필살의 창(槍)을 겨눴다. 스릴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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