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숨바꼭질

〈제9보〉(133~146)=흑은 서슬 퍼렇게 일망타진을 외치고, 백은 시커먼 적진 속에서 좌충우돌하고 있다. 수십 수째 이어지는 대형 숨바꼭질이다. 롱 훅을 휘두르는 조지 포먼, 치고 빠지는 무하마드 알리 간의 그 옛날 복싱 명승부를 보는 것 같다. 김지석은 지금 꽤 흥분 상태다. 하중앙 쪽에서 먼저 포식하고도 상변을 통째로 유린하려는 상대가 '괘씸하지' 않다면 승부사도 아니리라.

133으론 왜 134로 넘지 않았을까. 참고1도 14까지의 패(覇)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흑은 대가 없이 몽땅 잡아야만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 134로 흑 3점이 잡혀도 치중해서 대마를 계속 노리겠다는 작전. 135, 137로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겠다"는 기세다. 139는 참고2도의 패를 피하기 위한 고심의 착점이다.

"설마 잡히겠어?" "두 눈 나기 힘들어 보이는데?" 검토실 프로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아닌 게 아니라 145에 이르러선 "이게 정말 어떻게 사나"싶다. 순간 146이 떨어졌고 동료기사들 사이에서 탄성이 인다. 이 장면에서 백의 삶을 보장하는 가장 확실한 묘수라는 것. 146의 의미는 다음 보에서 알아본다.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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