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메달 9개로 종합3위 일궜지만…

사상 최초의 '두뇌올림픽'을 내세운 세계마인드스포츠게임즈가 16일간의 열전을 마치고 18일 베이징서 폐막됐다. 주최국 중국이 금메달 12개를 휩쓸며 종합 우승했고, 4개 종목에 출전한 한국은 바둑에서만 금 2개 포함, 총 9개의 메달을 따내며 종합 3위를 마크했다. 이번 대회를 결산해본다.

▨중국에 의한, 중국을 위한 대회

베이징올림픽의 시설과 열기 그리고 자금력을 모두 활용해 '육체 올림픽'에 이어 '마인드 올림픽'까지 석권하겠다는 중국의 야심이 결실을 이뤘다. '중국 장기' 종목까지 정식 종목으로 채택, 전체 금메달 35개 중 5개를 배정할 때부터 중국의 종합우승은 예견된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 행사는 마인드제전이 과연 육체 올림픽에 버금가는 세계 최고급 대회로 존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몇 가지 의문을 남긴 것도 사실이다. 우승상금 수억원에 길들여진 기존 프로 스타들은 대국료 한 푼 없이 열 판 정도씩의 '중노동'에 시달렸다. 육체스포츠맨들에게처럼 별도의 유인책이 마련돼 최고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모든 종목 예선에서 '9단 대 7급' 식의 난센스가 속출한 것도 결국 같은 해법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남녀 개인전 우승이 한국 강동윤(19)과 중국 송롱후이(16) 등 10대 선수들에게 돌아간 것은 스포츠화를 지향하는 마인드대회 성격상 주목할 만한 결과였다. 한국은 바둑 외에 체스 브리지 체커 장기 등의 종목에선 세계와 현격한 실력 차를 보였다. 출전 4개 종목이 통괄 사령탑 없이 '각개전투' 속에 우왕좌왕한 것은 개선돼야 할 대목이었다.

▨경쟁국들과 달랐던 임전 자세

중국 북한 일본 대만 등 바둑 경쟁국들은 철저한 스포츠 개념으로 이 대회에 임해 한국과 대비됐다. 경기 때마다 감독을 중심으로 전략을 짜는 등 스포츠 경기와 똑같이 임했다. 중국 북한 등 일부 국가들은 대회 전 몇 달간 합동훈련까지 실시했음이 밝혀졌다. 한국보다 더 '자유로운' 분위기의 일본 선수단조차 유니폼을 맞춰 입고 출전했다.

한국 바둑은 핵심인 남자 2종목을 석권하는 등 선전했고 전체 메달 수에서도 중국을 압도했다. 하지만 대회 정보엔 어두웠다. 여자 단체전 의 경우 '예비선수'제도에 대한 무지로 결승까지 5일간 3명이 10국씩을 소화하는 강행군 끝에 중국에 패했다. 남자 단체전 '예비선수'로 등록한 이세돌이 상대 팀 5장하고만 대결할 수 있다는 규정도 현지에 가서야 파악됐다. 북한의 오픈개인전 금메달, 중국의 여자 2종목 석권은 치밀한 준비와 전략의 승리였다.

▨주목되는 사후 처리

프로 국제대회서 우승하면 3단을 승단시켜 왔다. 이 관례가 이번에도 적용될지 주목된다. 남자 개인전 우승자인 강동윤과 단체전 우승을 이끈 원성진 최철한 이영구 김지석 한상훈 이세돌 등은 10국 안팎씩의 강행군 속에 본선서 각국 최고수들을 연파, 우승했다. 기존의 어떤 프로대회 못지않게 국위 선양에 기여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번 출전선수들의 베이징 성적을 공식전 기록에 포함시킬 것이냐의 여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오는 27일 기사대의원총회서 결론이 난다. 공식 기록 포함 여부는 랭킹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내 모든 기사들이 민감하다. 애당초 선수선발 때 이런 문제들을 미리 결정, 공지한 뒤 희망자들로 선발전을 거쳐 팀을 구성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 중국은 공식전, 일본은 비공식전으로 사전에 명시하고 대회를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