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회 LG배 세계기왕전] 백 불계승

〈제11보〉(175~208)=이 바둑은 흑이 상변 패(覇)를 208수까지 물고 늘어졌으나 결국 팻감 부담을 못 이긴 채 항서를 썼다. 이 판까지 양자 대결 성적은 이세돌의 5전 전승. 다섯 판이 모두 2007년 이후 두어진 것이어서 김지석으로선 좌절감을 느꼈을 만했다. 하지만 지난 9월 한국바둑리그에서 둘은 여섯 번째 만나 김지석이 백으로 통쾌한 불계승을 거두었다. '거대한 벽'에 대한 공포를 씻는 계기를 기어이 마련한 셈.

마무리 과정을 살펴본다. 175부터 191까지는 피차 손 뺄 수 없는 절대팻감 공방. 192로는 193자리에 두어야 훨씬 더 많은 팻감이 나온다. 이렇게 둔 것은 어차피 흑이 팻감을 당할 수 없다는 결론이 섰기 때문. 195때 196으로 ▲에 두어 패를 해소해도 백의 승리다(흑이 덤에 걸리는 계가).

205도 어쩔 수 없다. 생략하면 백이 '가'를 선수한 후 '나'로 흑 4점이 잡힌다. 208에 이르자 흑이 돌을 거뒀다. 계속 둔다면 참고도 1이 흑의 유일한 팻감으로 보이는데, 백은 2를 선수하고 4로 패를 해소할 것이다. 이후 A와 B를 맞봐 우변 백마저 살아있다. 침울하던 김지석이 냉정을 회복한 듯 평온한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179 185 191 197 203…▲, 182 188 194 200 206…176, 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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