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일처제'에 발칙한 태클걸기 '아내가 결혼했다'
입력 : 2008.10.22 08:24
아내가 결혼했단다. 어떻게? 나와 이혼하고 재혼을? 아니면, 나 모르게 불륜을? 둘 다 아니란다. 법적으로 엄연히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한 이불 덮고 자는 아내가 또 결혼했단다. 축구로 치자면, 남편을 투톱 기용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여자와 그녀의 발칙함을 이해할 수 없지만 너무 사랑하기에 감내해 내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 아내가 결혼했다>는 역사적으로 '일부다처제'에 익숙한 우리의 고정관념에 발칙한 태클을 건다.
평범한 샐러리맨 덕훈(김주혁)은 잠시 함께 일한 적인 있는 프리랜서 프로그래머 인아(손예진)를 전철에서 우연히 만난다. 모든 남자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인아는 덕훈에게도 짝사랑의 대상. 그런 덕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인아는 덕훈을 한 밤중에 집으로 초대하고, 두 사람은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 스페인 축구 클럽 FC바르셀로나의 열혈 팬 인아와, 그와 연적 팀인 레알 마드리드의 열혈 팬인 덕훈은 축구를 통해 사랑을 키워가고, 인아를 다른 남자에게 뺏길 것이 두려운 덕훈은 인아를 설득해 결혼에 골인한다. 하지만 행복한 결혼생활은 다른 남자와도 결혼하겠다는 인아의 선언으로 위기를 맞는다.
< 아내가 결혼했다>는 제2회 세계문학상 당선작으로 현재까지 4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한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 한 작품이다. '부부 스와핑'을 소재로 한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로 결혼제도에 의문을 제기했던 정윤수 감독이 이번엔 '이중결혼'이라는 소재를 끌어 와 또 한번 결혼이라는 관습에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세 남녀의 기묘한 삼각관계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 글루미 선데이>(롤프 슈벨 감독, 2003년)를 연상케도 하고, <줄 앤 짐>(프랑소와 트뤼포, 1997년)을 떠올리게도 한다. 하지만 비슷한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내가 결혼했다>는 '슬픈 멜로드라마'가 아니라 '로맨틱 코미디'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에서 전혀 색다른 느낌과 재미를 선사한다. 예컨대, <글루미 선데이>의 주인공이 자신이 처한 상황(삼각관계)을 "당신을 잃느니 반쪽이라도 갖겠다"라는 애달픈 말로 표현했다면, <아내가 결혼했다>의 인아는 같은 상황에 대해 "그건, 사랑을 나누는 게 아니고 배가 되게 하는 게 아닐까?"라는 낙관론으로 대응한다. 누가 봐도 불행하고, 심각한 상황을 웃음과 해악으로 끌고 가는 힘. 이것이 <아내가 결혼했다>가 지닌 묘미이자, 매력이다.
이러한 재기발랄함을 살리기 위해 감독은 원작 소설이 지니고 있는 장점의 일부는 버리고, 일부는 더 살리는 타협안을 선택했다. 즉 원작에서 이야기의 리얼리티를 부각시켜주는 중요한 서브플롯으로 작용했던 축구 에피소드의 활용이 줄어들었다. 대신 영화는 주인공 캐릭터들의 표현에 더 많은 공을 들였는데, 그 결과 < 아내가 결혼했다>는 축구와 사랑의 절묘한 연관관계가 강점이었던 소설과 달리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큰 영화로 탄생했다.
다행인 건, 사상 유래 없는 급진적인 여성 캐릭터를 보여 준 손예진과 '덜 사랑하는 사람이 권력을 갖는다'는 연애의 속성을 실감나게 표현해 낸 김주혁 모두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줬다는 점. 두 배우의 호연 덕분에 '일처다부제'라는 쉽게 이해 할 수 없는 영화의 설정이, 많은 부분 설득력을 갖춘 느낌이다. 다만 인아의 두 번째 남편 재경(주상욱)의 캐릭터가 잘 그려지지 않은 것은 아쉽다. 결혼과 사랑에 대한 재경의 개인적 욕망이 잘 그려지지 않은 탓에 그가 왜 인아와 결혼을 했고, 자신에게 불리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지에 대한 공감이 쉽게 가지 않는다.
Tip
<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를 통해 세련된 영상미를 보여줬던 정윤수 감독의 장기는 도입부에서부터 화려하게 펼쳐진다. 특히 2002년 월드컵 당시의 상황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것은 관객들에게 영화 외적인 즐거움을 안길 것으로 예상 되는데, 2002년 여름의 신화는 다시 봐도 짜릿하다. 'FC 바르셀로나'와 '마요르카'의 실제 경기 장면 역시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평범한 샐러리맨 덕훈(김주혁)은 잠시 함께 일한 적인 있는 프리랜서 프로그래머 인아(손예진)를 전철에서 우연히 만난다. 모든 남자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인아는 덕훈에게도 짝사랑의 대상. 그런 덕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인아는 덕훈을 한 밤중에 집으로 초대하고, 두 사람은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 스페인 축구 클럽 FC바르셀로나의 열혈 팬 인아와, 그와 연적 팀인 레알 마드리드의 열혈 팬인 덕훈은 축구를 통해 사랑을 키워가고, 인아를 다른 남자에게 뺏길 것이 두려운 덕훈은 인아를 설득해 결혼에 골인한다. 하지만 행복한 결혼생활은 다른 남자와도 결혼하겠다는 인아의 선언으로 위기를 맞는다.
< 아내가 결혼했다>는 제2회 세계문학상 당선작으로 현재까지 4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한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 한 작품이다. '부부 스와핑'을 소재로 한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로 결혼제도에 의문을 제기했던 정윤수 감독이 이번엔 '이중결혼'이라는 소재를 끌어 와 또 한번 결혼이라는 관습에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세 남녀의 기묘한 삼각관계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 글루미 선데이>(롤프 슈벨 감독, 2003년)를 연상케도 하고, <줄 앤 짐>(프랑소와 트뤼포, 1997년)을 떠올리게도 한다. 하지만 비슷한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내가 결혼했다>는 '슬픈 멜로드라마'가 아니라 '로맨틱 코미디'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에서 전혀 색다른 느낌과 재미를 선사한다. 예컨대, <글루미 선데이>의 주인공이 자신이 처한 상황(삼각관계)을 "당신을 잃느니 반쪽이라도 갖겠다"라는 애달픈 말로 표현했다면, <아내가 결혼했다>의 인아는 같은 상황에 대해 "그건, 사랑을 나누는 게 아니고 배가 되게 하는 게 아닐까?"라는 낙관론으로 대응한다. 누가 봐도 불행하고, 심각한 상황을 웃음과 해악으로 끌고 가는 힘. 이것이 <아내가 결혼했다>가 지닌 묘미이자, 매력이다.
이러한 재기발랄함을 살리기 위해 감독은 원작 소설이 지니고 있는 장점의 일부는 버리고, 일부는 더 살리는 타협안을 선택했다. 즉 원작에서 이야기의 리얼리티를 부각시켜주는 중요한 서브플롯으로 작용했던 축구 에피소드의 활용이 줄어들었다. 대신 영화는 주인공 캐릭터들의 표현에 더 많은 공을 들였는데, 그 결과 < 아내가 결혼했다>는 축구와 사랑의 절묘한 연관관계가 강점이었던 소설과 달리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큰 영화로 탄생했다.
다행인 건, 사상 유래 없는 급진적인 여성 캐릭터를 보여 준 손예진과 '덜 사랑하는 사람이 권력을 갖는다'는 연애의 속성을 실감나게 표현해 낸 김주혁 모두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줬다는 점. 두 배우의 호연 덕분에 '일처다부제'라는 쉽게 이해 할 수 없는 영화의 설정이, 많은 부분 설득력을 갖춘 느낌이다. 다만 인아의 두 번째 남편 재경(주상욱)의 캐릭터가 잘 그려지지 않은 것은 아쉽다. 결혼과 사랑에 대한 재경의 개인적 욕망이 잘 그려지지 않은 탓에 그가 왜 인아와 결혼을 했고, 자신에게 불리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지에 대한 공감이 쉽게 가지 않는다.
Tip
<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를 통해 세련된 영상미를 보여줬던 정윤수 감독의 장기는 도입부에서부터 화려하게 펼쳐진다. 특히 2002년 월드컵 당시의 상황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것은 관객들에게 영화 외적인 즐거움을 안길 것으로 예상 되는데, 2002년 여름의 신화는 다시 봐도 짜릿하다. 'FC 바르셀로나'와 '마요르카'의 실제 경기 장면 역시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