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가을 스크린 '뜨거운 바람'..성소재 영화 잇단 개봉

'영화관이 성(性) 담론에 빠졌다.'

비수기인 가을 극장가에 때 아닌 성 담론의 뜨거운 바람이 불고 있다.

'2008 핑크영화제'가 11월 1일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 대전 파주 등 전국 순회를 시작한다. 여성 관객을 위한 에로영화제로 주목을 받고 있는 핑크 영화제는 사회에서 금기시하는 여성들의 성 담론을 밖으로 끄집어낸 영화제다. 특히 여성 관객만 입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해 에로영화가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고, 여성도 성적 권리를 당당히 주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여성 영화감독 변영주와 일본 연출가 등이 참가해 관객과 다양한 여성 이야기를 풀어낼 예정이다. 핑크 영화란 일본만의 독특한 영화 장르로 연출의 새로운 시도와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독립 에로영화로 이번 영화제엔 '노예' '단지부인' '불륜중독' 등 총 15편이 개봉한다.

뿐만 아니라 얼마 전 일본의 유명 포르노 배우인 소라 아오이의 특별 상영전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최됐다. 특정 포르노 배우의 특별전이 공개적으로 열렸다는 사실이 개인의 성적 권리를 공공연하게 주장할 수 있는 성숙한 사회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다. 소라 아오이는 일본의 인기 포르노 스타로 대표 시리즈물인 'G컵탐정 호타루' 5편과 '플레이엔젤스' 2편을 선보이며 국내에도 마니아 팬들을 많이 소유하고 있다.

한국 영화들의 성 담론도 만만치 않다. 그 중심엔 23일 개봉한 '아내가 결혼했다'(감독 정윤수)가 서 있다.

일부일처제의 가부장적 사회인 한국에서 일처다부제를 보여주는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는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소설가 박민규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이지만 소설보다 더욱 현실적인 이야기로 기존 결혼제도와 여성의 성적 결정권 등에 대한 관객들의 진지한 토론이 예상된다.

또한 11월 13일 개봉하는 영화 '미인도'(감독 전윤수) 역시 가부장의 극치였던 조선시대에 천재 화가 신윤복을 통해 성 이야기를 풀어낸다. 특히 당대 파격적인 여성 표현을 선보인 신윤복이 남장여성이란 설정을 통해 한 여성의 사랑과 성적 정체성에 대한 문제를 공유한다.

이 외에도 '미인도'와 함께 개봉하는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감독 민규동)는 최근 TV와 영화에서 조용히 불어온 남성 동성애를 아예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일본에서 TV 드라마로 제작까지 된 인기 야오이 만화(여성들이 즐기는 남성 동성애물)를 한국적 색깔로 옮겼다는 점에서 특히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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