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디자인한 '디자인 올림픽'

초반 준비 부족으로 논란을 빚었던 서울디자인올림픽이 개막 보름을 넘기면서 안정된 분위기를 찾고 있다. 허술한 표지판 문제가 보도된 이후 잠실종합운동장에 널려 있던 종이 표지판은 모두 새 안내판으로 교체됐다<본지 17일자 A20면 참조>. 이벤트 공연으로 다소 어수선했던 분위기도 나아졌다. 이젠 '관람'에 집중할 때. 이번 행사의 방점은 일반 시민 참여에 있다지만 디자인 마니아들이 볼 만한 전시도 있다.

콘퍼런스홀로 쓰인 '에어돔(Air dome)'은 단순한 행사 공간 이상으로 주목 받은 '작품'. 방수·방염 처리를 한 폴리에스테르 천에 공기를 주입해 30분 만에 길이 97m, 폭 26m, 높이 38m의 구조를 만들었다. 겉에서 보면 지렁이처럼 올록볼록 주름 잡힌 회색 구조물. 기둥 하나 없는 순백의 아치로 된 내부가 더 볼 만하다. 구조가 무너지지 않게 숨어있는 7개의 아치형 지지대와 비상사태를 대비해 잡아뜯으면 열리게 만들어둔 비상구 8개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 투명 콘크리트 작업으로 유명한 미국 건축가 빌 프라이스(Price)가 '숨쉬는 것 같은 유선형의 공간'이라는 아이디어를 내고 국내 에어로봇업체 ABR이 개발·제작했다.

'디자인 이즈 에어(Design is Air)'전은 실험적인 디자인 전시로 명성 높은 '텐트 런던(Tent London)' 같은 분위기를 준다. 해외 유명 디자인 전시를 대리 경험할 수 있는 공간. 관람 동선(動線)의 문제를 낳았던 종합운동장이라는 공간이 이 전시관에서는 빛을 발한다. 주경기장의 낡은 노출 콘크리트벽과 기둥을 배경으로 작품들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져 있다. 유머를 담은 작품으로 떠오르는 스페인 작가 하이메 아이욘(Hayon)과 미러볼로 유명한 영국 대표 디자이너 톰 딕슨(Dixon), '소생'을 소재로 삼은 프랑스의 5·5 디자이너스, '여자 필립 스탁'으로 불리는 마탈리 크라셰(Crasset) 작품은 꼭 볼 것. 국내작품으로는 이성용의 '물에 뜨는 국자', 이상진의 LED 작품 '라이팅 토크', 장계연의 카트로 만든 소파 '미시즈 핸디(Mrs. Handy)', 조민상의 새를 형상화한 조명 '라이트 라이트' 등이 추천작.

최고 VIP로 꼽혔지만 돌연 불참한 자하 하디드. 그녀를 만나지 못한 아쉬움은 전시회에서 달래야겠다. 하디드가 아시아에서 여는 첫 전시회다. 서울을 위해 헌정한 작품 '서울 데스크'와 '서울 테이블', 이중나선구조로 된 '볼텍스 샹들리에' 등 30여 점이 전시됐다. 그녀가 직접 작업한 전시 디자인도 눈여겨볼 것. 단 유료인 게 아쉽다. 대학생 포함 일반 9000원, 학생·65세 이상 7000원, 20인 이상 단체는 2000원씩 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