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회 LG배 세계기왕전] 별종(別種) 기사

〈제2보〉(17~32)=자신이 즐기는 분야에 종사하며 먹고 사는 사람들이 최고의 직업인이라고들 한다. 그렇다면 프로기사만큼 행복한 사람들이 또 있을까. 어렸을 때부터 흠뻑 빠져들었던 바둑을 생업으로 이어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훈현·조치훈 같은 대가들조차 반복되는 훈련이 지긋지긋해 수업시절 종종 일탈을 했다고 자서전을 통해 고백하고 있다.

이 점에서 박영훈은 확실히 특별한 기사다. 그는 어렸을 때나 요즘이나 바둑 공부로 쌓인 피로를 바둑으로 푼다. 프로 입단이 확정됐던 날조차 "더 재미있는 일이 없어서" 연습 바둑을 두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대다수 프로들은 힘든 입단 관문을 통과한 날, 해방감을 만끽하며 영화 구경을 가거나 여행을 떠나거나 한다.

?면 17부터 20까지는 필연. 21의 선수 활용을 거쳐 23으로 육박한 점이 급소였다. 26으로는 참고도 10까지 선수 처리하고 11로 전개하는 것도 일책이다. 실전은 중앙 백이 끊긴 형태여서 약간 피곤해진 느낌. 이제 31까지는 거의 외길이며 32로 붙여 대마 수습에 나섰다. 초반 시간 사용량으로 보면 백이 훨씬 신중하다. 흑은 여기서 '가'로 젖힐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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