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내달 3·5일 8강·준결승] "우리 넷중 2명이 결승 가자"

결승 고지 등정까지 앞으로 두 고비. 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조선일보사 주최) 8강전 및 준결승이 11월 3, 5일 제주도 그랜드호텔서 벌어진다. 한국 4, 일본 2, 중국 2명 구도로 짜인 이번 결전의 태극전사는 이창호(33) 이세돌(25) 박영훈(23) 김형우(20) 등 4명. 제각기 2연승으로 결승행을 다짐 중인 한국기사 4명의 가상 방담을 엮어봤다.

(이창호) "메이저급 타이틀을 따 본 기억이 가물가물해. 4년 전인 2005년 3월 춘란배가 마지막 우승이었다고. 이번 패권은 내가 예약했으니까 여러분들도 적극 협조하기를(웃음)."

(이세돌) "이 사범님은 양심도 없네요. 한두 번도 아니고 23회나 세계 정상에 올랐으니 좀 더 쉬세요. 저는 마이너대회 2개를 포함해도 11개밖에 안 돼요. LG배는 연패(連覇) 기록이 없다는데 내가 첫 기록을 세워야겠습니다."

(박영훈) "선배님들 정말 너무 하시는군. 아직 국제대회 우승 세 번뿐인 저를 밀어주세요. 특히 LG배와는 지독히 인연이 안 닿아 8강조차 한 번밖에 못 올라갔었답니다."

(김형우) "2005년 8월 프로가 돼 이제 고작 三단인 내가 만약 우승하면 세상이 뒤집어질 겁니다. 영훈이 형이 갖고 있는 세계정복 최단기록(4년 7개월) 경신, 세돌 형님이 보유 중인 최저단 우승 타이기록이 한꺼번에 수립된다고 하더라고요."

(박) "저는 중국 랭킹 2위 창하오(常昊·32) 九단과 8강전을 둡니다. 초창기에 3연승을 거두다가 이후 3연패 중이어서 이번엔 어떻게든 이겨야만 해요."

(김) "제 8강전 상대는 중국 1인자 구리(古力·25) 九단입니다. 한국 21위인 제가 구리를 꺾으면 중국에게 완전 항복을 받아내는 셈이 되는 거지요?"

(이세) "내 상대인 일본 고노린(河野臨·27)도 만만치 않아. 천원과 NEC배 용성 등 3관왕인데 이번에 한상훈 백홍석을 제치고 올라왔지. LG배 2년 연속 8강에다 나와의 통산전적도 1승 1패거든."

(이창) "나는 야마시타(山下敬吾)에게 4전 전승 중이지만 방심해선 안 될 상대야. 일본 공식 1인자에다 2관왕(기성·왕좌)이니까. 그러고 보니 한국 1위인 세돌이를 포함해 이번 8강전에 한 중 일 3개국 랭킹 1위가 총 집합했군."

(김) "이창호 사범님은 올해 국제대회 성적이 워낙 좋아 내년 초 최고 5관왕까지도 가능하다지요? 이세돌 사범님도 현재까지는 세계 4관왕 신분이고…. 또 현역 2관왕인 구리도 최고 4관왕까지 노리는 눈치예요. 세계 최고수 후보 3명이 몽땅 제주도에 모이는 셈이죠."

(박) "나는 언제쯤 그런 위치에 오를까…. 아무튼 올해는 한국바둑이 중국에게 많이 시달린 한 해였어요. 농심배 후지쓰배가 모두 중국으로 건너갔고, 춘란배, 삼성화재배서도 중국이 8강을 독점하다시피 했으니 이번에 우리 어깨가 무거워요."

(이세) "시기적으로나 대진으로 보나 이번 대회는 많은 주목을 받을 것 같아. 게다가 LG배엔 연례 국제대회 중 최대상금이 걸려있어 더 욕심이 나는 게 사실이거든. 2억5000만원이면 웬만한 국내 타이틀 10개 크기잖아."

(이창) "일단 8강전에선 우리끼리 맞붙지 않아 다행이네. LG배는 과거 12년 동안 혈통이 다른 기사가 결승서 만난 경우가 단 두 번뿐이라고 하던데, 그 전통대로라면 결승전엔 우리 넷 중 2명이 올라가는 거 아닌가? 모두 후회 없이 싸워 유종의 미를 거두도록 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