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회 LG배 세계기왕전] 공즉수(攻卽守)

〈제3보〉(33~49)=왕야오(王堯·25)는 2006년 제11회 삼성화재배 때 8강에 오른 것이 국제무대 최고 성적. 그 과정에서 조훈현·이세돌 등 한국 베테랑을 연파함으로써 국내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도 우승 경험은 없이 준우승만 두 차례 기록했다. 이세돌과 동갑나이로 현 중국 랭킹은 13위. 11세 때 입단한 걸 보면 기재도 제법 갖춘 것으로 보인다. 박영훈과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다.

33은 이렇게 무조건 젖히고 볼 자리. 백34의 끊음 역시 필연이다. 백도 못 살았지만 흑도 아직 미생(未生)인 건 마찬가지. 쌍방이 동상이몽 속에서 상대의 곤마(困馬) 공격을 노리고 있다. 36부터 42까지 백은 귀를 수습하면서 좌상 쪽 흑 대마의 안형(眼形) 파괴에 나선다. 이른바 공즉수(攻卽守)의 전형이다. 36으로 참고도 1 이하 10까지는 백이 기분만 냈을 뿐 실속은 흑이 차지한 모습.

흑도 곤마를 바로 달아나지 않고 43쪽에서부터 상대 약점을 먼저 추궁하고 나선다. '곤마는 동행하라'라는 바둑격언 대로다. 45까지 밀어놓고 비로소 49로 뛰었다. 이렇게 되고 보니 흑도 못 살았지만 백도 정처 없는 유랑 길에 나선 꼴. 하지만 박영훈은 49에 대해 "놓고 나서 바로 후회했다"고 국후 밝혔다. 어떤 대안이 있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