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곤마(困馬)의 역습

〈제5보〉(67~81)=왕야오는 약간 산만한 성격에 매너도 좋은 편이 못 된다. 다양한 형태로 소음을 내고 갑자기 상대방을 노려보기도 한다. 그와 대국한 여러 국내 기사들이 "대국 도중 수시로 빤히 쳐다보는 통에 집중이 잘 안 됐다"고 하소연할 정도. 하지만 그의 이런 대국 태도는 스스로에게도 악영향을 미쳐 종종 잔 실수로 이어지곤 한다.

67에 대해 박영훈은 "대세점은 77자리였다"며 후회했다. 참고도를 보자. 흑 1이면 백도 상변을 2, 4로 움직이겠지만 흑 5, 7로 중앙에 주력한다. 바꿔치기를 해도 손해볼 게 없다는 의미다. 68, 70으로 중앙을 선공하면서 왕야오가 상대를 또 한 번 빤히 바라본다. 의기양양?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냥 습관으로 보인다.

74까지 좌변 흑이 봉쇄됐다. 75는 좋은 타이밍. 좌변 눈 모양이 달라졌다. 76으로 '가'면 흑 '나'로 반 집을 확보한다. 77로는 78에 건너붙이고 백 77, '다'의 돌파 수단이 있지만 백 '라'를 당하면서 여전히 쫓겨 좋지 않다. 좌변 곤마를 방치한 채 77이하 81까지 역습 자세를 취한 것은 대단한 자신감이다. 이쯤 되면 백도 칼을 뽑아들 만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