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회 LG배 세계기왕전] 밥 한 그릇

〈제7보〉(99~121)=총탄이 오가는 전쟁터에서도 병사들은 밥을 먹는다. 국제대회 때 대국을 일시 중단한 기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 그런 전쟁영화 장면이 떠오르곤 한다. 지금 저들에게 이 순간의 밥 한 그릇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바둑은 끼니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일까, 아니면 끼니를 걸러선 좋은 바둑을 둘 수 없기 때문일까. 두 기사 모두 비빔밥 한 그릇씩을 비우고 98수째부터 오후 대국에 들어갔다.

장고 13분 만에 △가 놓인 장면. 흑은 예상했다는 듯 별 고민 없이 99로 한 칸 뛴다. 101은 굴복 같지만 정수. 참고1도 1로 '화를 내면' 12까지 걸려든다. 108에 이르니 훌륭하게 타개한 모습이다. 적진에서 틀을 잡는 백의 솜씨가 날렵하다. 하지만 흑도 109, 111의 맥점을 준비해놓고 있었다.

112의 후퇴는 당연한 점. 무심코 참고2도 1로 두었다간 6까지 단숨에 차단된다. 113도 맥점으로, 118까지 선수로 백의 형태를 헤집곤 121로 뛰었다. 백이 많이 한 듯했지만 흑도 실속을 챙기면서 꾸준히 반격을 노리고 있다. 왕야오가 신경질적으로 몇 차례 부채를 휘두르더니 고개를 바둑판 깊숙이 파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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