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가 본 한·중·일 어제와 오늘

《동북아시아 100년 전》은 한·중·일 세 나라의 '어제'를 보여주는 전시다. 북한산 줄기가 시원하게 뻗은 가운데 경복궁 지붕이 우아하게 물결치는 사진이 감탄을 자아낸다. 19세기 말의 가난한 한국인들이 볼기를 맞으며 울거나 좌판을 벌여놓고 넉살 좋게 웃는 사진도 있다. 동시대의 일본인과 중국인의 삶을 여러 양상으로 엿보는 재미가 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는 《변해가는 북한풍경 1950~2008 전》과 《숨겨진 4인전》이 열리고 있다. (053)601-5052, 5382

16일까지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열린다. 국내 최대 규모의 격년제 사진 전시회이자, 한·중·일 3국의 사진가들이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국제 비엔날레다. 전시 주제는 '내일의 기억(Then & Now-Memories of the Future)'이다. 구본창 예술총감독은 "사진 본연의 미덕인 '기록성'을 잘 살린 작품, 그와 함께 수준 높은 예술성을 성취한 작품들을 선택했다"고 했다. 그는 또 "서구의 시선이 아닌, 우리 자신의 시선으로 스스로를 들여다보기 위해 전체 비엔날레의 무게중심을 한·중·일 세 나라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사진에 뒀다"고 했다.

이번 비엔날레의 핵심은 무엇보다 대구 엑스코에서 열리는 《한·중·일 현대사진전》과《동북아시아 100년 전》이다. 《한·중·일 현대사진전》에는 젊은 작가 특유의 박력과 유머가 넘친다. 한국 작가 데비 한은 비너스 상(像)의 입체적이고 고전적인 얼굴에다가 납작해서 안타까운 듯한 한국 여자의 몸을 합성한 다음, 일상적인 포즈를 취하게 만들었다. 중국 작가 야오루의 사진은 언뜻 보기에 기암괴석 사이로 뱃사공이 유유히 노를 젓는 옛 동양화 같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암괴석이 아니라, 베이징 시내의 쓰레기 더미다. 일본 작가 다카노 료다이는 〈부드러운 음경〉이라는 제목 아래 남성의 반라 사진 여러 장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