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슬혜, '미스 홍당무' 유리역..7년의 기다림

'황우슬혜' 이름이 독특하다.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을 정도로 특이하다. 온갖 예명과 가명이 존재하는 연예계지만 이만큼 신기한 이름의 여배우를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영화 '미쓰 홍당무'(감독 이경미)에서 황우슬혜는 이름만큼이나 특이하다. 관객들의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눈에 띈다. 백치미가 넘치는 러시아 선생 이유리 역을 맡은 그녀는 성적 판타지를 극도로 자극하는 대사와 몸짓으로 단박에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영화 한편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그녀는 사실 준비된 신인 아닌 신인이다. 오래전부터 연극 무대를 거쳐 데뷔한 지 벌써 꽤 오래인 배우다. "원래 연극으로 시작했어요. 지금은 영화 때문에 무대에 못서지만 지금도 연기 연습할 때는 연극 무대에서 다른 배우들과 같이해요."

그래서일까 영화의 백미로 꼽히는 어학실 장면에서 황우슬혜는 자연스럽게 연기를 풀어냈다. 특히 주요 출연자 5명이 한 자리에 모여 연극적인 상황이 연출된 이 장면에서 그녀는 자신의 대사부터 눈에 잘 안 띄는 작은 리액션까지 흐름을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집어냈다. 덕분에 엉뚱하고 황당한 상황이 웃음과 감동으로 탈바꿈된다.

"유리 캐릭터 찾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멕 라이언이 혼자 얘기하는 장면이 많은데 캐릭터 공부하려고 한 30번은 넘게 봤어요."

그녀의 이런 노력 덕일까, 스크린에서 황우슬혜를 자주 보게 됐다. 다음달 개봉하는 '과속 스캔들'(감독 강형철)을 시작으로 장혁과 호흡을 맞춘 '펜트하우스 코끼리', 박찬욱 감독의 신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박쥐'에서도 그녀를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미쓰 홍당무'를 제작한 박찬욱 감독의 눈에 단번에 띄어 '박쥐'에도 바로 캐스팅되는 행운을 누렸다.

그런데 최근 이렇게 굴러들어온 복에 대해 그녀는 의외로 담담하다. 아무래도 7년 동안 무명으로 별다른 활동을 할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7년의 시간 동안 여러 이유 때문에 연기를 할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후회하진 않아요. 제겐 소중한 시간들이었으니까요."

황우슬혜의 본명은 황진희다. 조선시대 최고의 기녀이자 만능 엔터테이너였던 황진희와 이름이 같다. 황우슬혜 역시 이 시대 최고의 엔터테이너로 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미쓰 홍당무' 기자 평점   ▶박찬욱 감독이 발굴한 괜찮은 신인 여감독 한명에 앞으로 충무로가 풍부해질 듯. ★★★☆ < 전상희 기자> ▶공효진 재발견의 기쁨, 신인 여우 황우슬혜의 탄생에 환호. ★★★★ < 박종권 기자> ▶쉴새없이 웃을수 있다. 경쾌 발랄 상큼!!! ★★★☆ < 이희진 조선닷컴 ET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