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회 LG배 세계기왕전] 부처님 손바닥

〈제12보〉(168~179)=전보(前譜)에서 백이 횡재한 것 같았지만 실상은 국지적 수확에 불과했다. 168이 불가피할 때 169가 자체로 큰데다 우변 백이 망가지기 시작한 것. 박영훈은 "먼저 우하귀에서 빵때림을 하고 출발해 이 결과에 만족했다"고 했다. 결국 백은 귀에서 잔재주 부리는 데는 성공했으나 실제론 '부처님 손바닥'에서 날뛴 손오공 꼴이 된 셈.

168을 손 빼면 참고도 흑 4가 맥점. 귀에 침입했던 백이 도로 다 잡힌다. 우변은 173까지 일단락된 걸로 보였고, 왕야오 역시 174로 끝내기를 서둔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175라는 결정타가 터졌다. 176으로 179면 참고2도 6까지 잡혔던 흑이 살아가며 백 대마 전체에게 '보따리'를 요구할 판이다.

고심 끝에 176에 단수 쳤지만 177 치중이 번개처럼 놓였다. 178의 2단 젖힘에 다시 179의 단수. 여기서 왕야오가 입맛을 다시더니 침통한 표정으로 돌을 거둔다. 백은 △ 한 점을 절대 버릴 수 없는데, 살렸다간 멀쩡하던(?) 우변 백 대마가 잡히게 된 것. 백이 한껏 재주를 부렸던 우상귀가 결국 '부처님 손바닥'이었음이 또 한번 입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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