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회 LG배 세계기왕전] 별들의 전쟁(戰爭)

〈제1보〉(1~15)=11월 초하루 김포 공항. 박영훈 이세돌에 이어 이창호 김형우가 거의 동시에 도착했다. 체구는 크지 않아도 바둑계를 쥐고 흔드는 당대의 고수들. 공항 대합실이 꽉 차는 느낌이다. 지나던 여행객들이 알아보고 말을 건네기도 하고, 반죽 좋은 팬들은 사인을 요청해오기도 한다. 제주시 그랜드호텔에 여장을 풀자 먼저 도착한 구리 창하오 야마시타 고노린 등 중·일 최고수들의 면면이 보인다. 이번 준준결승은 가위 '별들의 전쟁'이다.

바깥의 가을 하늘이 아무리 쾌청해도 승부는 쉴 수 없다. 3일 아침 10시 마침내 결전이 시작됐다. 이세돌 대 고노린(河野臨) 간의 일전. 뚜벅뚜벅 한 귀씩 차지하더니 5가 놓였다. 요즘 가끔 등장하는, 굳힘도 아니고 벌림도 아닌 묘한 수다. 오리지널 중국식도 미니 중국식도 아니다. 굳이 명명하자면 '좁은 중국식' 정도 될까. 잠시 뜸 들이던 이세돌, 3분 만에 6으로 전개한다.

9까지는 피차 정중동(靜中動)의 진지 구축작업. 10으로 걸치자 15까지 주루룩 놓였다. 우변의 모양을 뜯어보면 참고도의 수순이 가능하다. 결국 6(실전보 5)은 이 형태를 염두에 두고 7과 8을 맞보기로 삼겠다는 전략임이 드러난다. 아무튼 15의 침입으로 바둑은 첫 접근전이 임박했다. 백의 대응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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