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모범 가장(家長)

〈제2보〉(16~27)="예림이 많이 컸지? 돌 안 됐어?" "옛? 벌써 두 돌도 지났어요." 이세돌은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가도 딸 얘기만 나오면 금세 낯이 펴진다. 이번 한국선수 4명 중 유일한 기혼자인 그는 가정적인 가장으로 소문났다. 바둑 때문에 어릴 적 부모 품을 떠나 객지생활을 했던 기억 때문일까. 조혼(23세) 후 최정상 자리를 굳힌 것을 보면 승부사에게 안정된 가정만큼 든든한 버팀목도 없는 것 같다.

흑이 ?로 침입해 온 장면. 백의 응수법은 2가지다. 참고1도 8까지가 그 중 하나. 이처럼 우하 흑진이 두터워지는 것이 싫다면 실전 16부터 19까지 처리한다. 대신 우상귀 실리 손실은 각오해야 한다. 흑도 17로는 실전처럼 19까지 우상귀를 살찌우는 방법과 참고2도 5까지 넘는 방법이 있다. 참고2도는 중앙이 단단해진다는 게 백의 자랑.

20의 당연한 걸침에 21로 받으면 26까지는 이런 정도. 21로는 참고3도처럼 노골적인 실리전법을 펼칠 수도 있으나 흑이 피했다. 저 유명한 이세돌의 펀치력을 의식했는지 모른다. 어쨌든 선수를 잡은 흑, 27로 걸쳐 새로운 전단(戰端)을 모색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