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청룡영화상 촬영-조명-미술-음악-기술-각본상 후보들

청룡영화상 시상식은 한 해를 마감하는 영화인 최고의 축제다. 은막을 장식한 톱스타를 비롯해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 배우까지 팬들의 열광을 한 몸에 받는 영화배우들은 영화인의 핵심이다. 최근 배우 못지않게 높은 인기를 누리는 영화감독들 역시 영화인을 대표한다. 그러나 영화인의 진정한 중심은 배우와 감독뿐 아니라 촬영 조명 미술 음악 등 각 분야의 스태프들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를 지향하는 스태프들이야말로 청룡영화상의 진정한 주인공이다. 오는 20일 오후 7시25분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화려하게 개최되는 제29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의 또다른 주인공들을 살펴봤다.

◇ 김병서	◇ 김태경	◇ 이모개

◇ 이성제 ◇ 홍경표

기술 부문 중 트로피의 행방을 가장 점치기 어려운 부문이다. 후보에 오른 다섯 작품 모두 촬영부문에서 2008년 충무로의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촬영만큼은 최고를 자랑하는 미국 할리우드에 근접한 게 아니라 할리우드와 같은 수준을 보였다.

'고고70'의 김병서는 충무로 차세대 촬영감독의 선두주자. 젊은이의 에너지를 잡아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그는 한국 영화의 가장 취약한 부문이었던 공연 장면을 촬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 '모던보이'의 김태경은 영화의 컨셉트와 분위기를 잘 잡아냈다. '모던보이'에서 보여준 몽환적인 분위기와 여느 영화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독특한 색감은 단연 발군이다.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이하 놈놈놈)으로 한국 관객들의 눈을 놀라게 한 이모개는 미장센을 아름답게 꾸미는 김지운 감독의 영상미를 가장 잘 만들어낸다.　'추격자'의 이성제는 첫 상업영화 데뷔지만 단박에 충무로를 사로잡았다. 나홍진 감독과 여러 단편 작업을 거치며 쌓아온 연출-촬영 궁합은 최고다. 특히 숨 막히는 골목 추격 신 촬영은 오랫동안 회자될 듯하다.

'M'의 홍경표는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 최고의 촬영감독이다. 한국 영화 촬영 발전의 최전선을 그가 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강대희	◇ 신경만

◇ 오승철 ◇ 이철오

촬영과 조명은 실과 바늘처럼 떨어질 수 없는 관계. 따라서 촬영상과 조명상의 후보 작품이 동일하다. 촬영-조명의 환상 궁합을 보인 '고고70' '모던보이' '놈놈놈' '추격자' 'M' 등 다섯 작품이 보여준 영상미는 그만큼 뛰어났다. 가장 힘들지만 가장 섬세한 작업인 조명의 후보들을 살펴보자.

'모던보이'의 강대희는 한국영화 조명계의 최고봉이었던 고 이강산 감독의 수제자다. 시대극에 맞게 경성 밤거리와 인물간의 관계를 따뜻하게 그려냈다. 또한 CG를 위해 설치한 초대형 블루매트에 맞는 기술적인 조명까지 소화했다.

'고고70'의 신경만은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조명감독 중 한명이다. 역대 한국영화 중 가장 완벽한 공연 신을 만들어낸 '고고70'은 그의 손을 거쳤기에 가능했다. 전작인 '형사 : 듀얼리스트'로 청룡영화상 조명상을 이미 수상한 바 있다.

'놈놈놈'의 오승철은 광활한 대륙에서부터 좁은 세트까지 섬세한 조명으로 스크린을 밝혔다. 할리우드급 스케일에 투입된 엄청난 조명 물량은 그의 컨트롤이었기에 가능했다.

'추격자'의 이철오는 신인인 나홍진 감독과 이성제 촬영감독을 도운 조명감독. 어두운 밤 골목의 디테일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잡아낸 그의 섬세한 조명은 영화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오랜 경력을 자랑하는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그의 진가를 발휘했다.

'M'의 최철수는 충무로의 차세대 조명감독으로 손꼽힌다. 'M'에서 보여준 날카로운 빛선과 선명한 색감은 관객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 최용락	◇ 달파란	◇ 이병훈

◇ 방준석 ◇ 이재진

최고의 화제작 '추격자'의 김준석 최용락은 영화의 긴박감을 잘 표현해 음악상 후보에 올랐다. 추격 신에 터져나오는 둔탁한 타악기 소리는 관객의 심장을 직접 두드리는 것처럼 강하다.

'놈놈놈'의 달파란 장영규는 국내에서 손꼽는 영화음악가들이다. 장르를 넘나드는 작곡과 편곡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즐거운 인생'으로 청룡영화상 음악상을 수상한 이병훈 방준석은 '님은 먼곳에'로 2년 연속 청룡 트로피를 노리고 있다. 또한 방준석은 음악영화 '고고70'으로 후보에 자신의 이름을 또 올려나 수상의 가능성을 한층 더 높였다. 달파란 장영규 방준석 이병훈 등은 한국영화음악을 대표하는 영화 음악 공동체 '복숭아 프레젠트'의 멤버로 다시 한번 그들의 실력을 입증했다.

'모던보이'의 이재진 역시 영화음악계에서 관록을 자랑하는 음악가. 드라마와 음악을 놓치지 않고 모두 잘 살렸다는 평가다.

◇ 강승룡	◇ 민언옥	◇ 유주호

영화 미술은 매년 눈에 띄게 발전하는 분야다. 올해도 미술상 후보에 오른 작품들을 보면 사극부터 시대극, 현대극까지 다양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 모두 영화의 특성들을 잘 살려낸 작품들이라 트로피를 누가 받더라도 무방할 정도의 수작들이다.

오랫동안 한국영화 프로덕션 디자인의 길을 개척해온 강승룡은 '님은 먼곳에'에서 다시 한번 그의 능력을 입증했다. 그는 영화에서 1970년대의 베트남 전쟁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신기전'의 민언옥은 퓨전사극 전문가답게 이번에도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세련된 옛것을 창조하는 재주가 일품이다.

비교적 젊은 아트 디렉터 유주호 윤상윤은 'M'을 통해 확실하게 독자적인 입지를 굳혔다. 극치의 세련미로 영화의 분위기를 압도했다. 의상에서 프로덕션 디자인으로 변신해 처음 도전장을 내민 '모던보이'의 조상경은 여전한 미적 감각으로 영화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오랜 경력을 바탕으로 관록을 자랑하는 '놈놈놈'의 조화성은 만주 웨스턴이란 완전히 새로운 장르에 맞는 새로운 영화 미술을 탄생시켰다.

◇ 김선민	◇ 신민경	◇ 이창만

그동안 기술상은 대체로 CG가 강세를 보였던 부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CG에 상이 돌아갈 것이라고 쉽게 예측할 수 없다.

돋보이는 편집과 특수분장으로 전문가뿐만 아니라 관객의 눈길마저 빼앗은 작품들 때문이다.

편집으로 후보에 오른 '추격자'의 김선민과 '세븐데이즈'의 신민경은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많은 영화감독들이 찾는 편집자다.

둘 다 섬세한 편집은 물론 빠른 속도감과 자연스러운 이야기 흐름이 장점이다. 두 영화 모두 한국 스릴러 장르를 한 단계 진일보시켰다.

'GP506'의 이창만은 할리우드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특수분장 실력을 다시 한번 발휘했다.

'놈놈놈'으로 지난해에 이어 기술상을 다시 노리는 DTI와 국내 최고라는 '모던보이'의 인사이트 비주얼이 벌이는 CG 자존심 대결도 볼만하다.

◇ 나현	◇ 송혜진

◇ 나홍진 ◇ 이경미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가 많았던 올해, 각본상 역시 점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실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나현과 동명의 원작 소설를 시나리오로 각색한 '아내가 결혼했다'의 송혜진은 새로운 시각과 구성력이 돋보였다.

한국형 스릴러 장르를 탄생시킨 '세븐데이즈'의 윤재구와 '추격자'의 나홍진은 숨 쉬기 어려울 정도로 긴박한 이야기에 완벽하게 직조된 구조로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를 겸비했다.

독특한 캐릭터를 창조한 '미쓰 홍당무'의 이경미 박은교 박찬욱 등은 섬세한 여성의 심리와 잊혀지지 않는 명대사로 각본상에 노미네이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