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드라마 '바람의 화원'을 시작으로 불기 시작한 신윤복 열풍이 각종 서적과 전시회 등으로 옮겨가며 무섭게 일고 있다. 가히 신드롬이라 불릴만한 신윤복에 대한 이러한 관심은 이 영화, < 미인도>의 개봉과 함께 더 증폭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관심의 발원은 신윤복이라는 인물 자체가 아니라 '신윤복이 여자였다면'이라는 가상에서 나온다. 신윤복을 되짚어보되, '화가 신윤복'보다 '남장여자 신윤복'에 대중은 더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영화 <미인도>는 대중이 관심을 갖는 그 요소를 드라마나 소설보다 훨씬 노골적이고 과감하게 포착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궁중화가 가문의 막내딸 윤정은 어릴 적 자살한 오빠를 대신해 그의 삶을 대신 살게 된다. 여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남장을 한 신윤복(김민선)은 당대 최고의 화가인 단원 김홍도(김영호)의 제자가 돼 그의 밑에서 수행을 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윤복은 난전에서 거울을 파는 강무(김남길)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데, 스승인 김홍도가 둘의 사이를 질투하면서 윤복과 강무의 사랑은 시련을 맞는다.
< 미인도>의 제작 과정에서부터 대부분의 매체가 이 영화에 가장 관심을 드러낸 것은 출연배우들의 파격적인 노출이었다. 이에 대해 전윤수 감독은 "이 영화가 섹스 쪽으로면 치우쳐져 보이는 게 아쉽다"고 말했고, 한 네티즌은 '지하에서 김홍도와 신윤복이 울겠다'라고 다소 코믹한 댓글을 달았다. 과연 감독의 넋두리 아닌 넋두리와 네티즌의 댓글 중, <미인도>는 어디에 가까운 영화일까? 개인적으로 고백하건데, <미인도>는 네티즌에게 손을 들어주고 싶은 영화다.
이는 < 미인도>가 역사적 실존 인물을 지나치게 성(性) 상품화 했다는 불만에서 하는 말이 아니다. 수위 높은 섹스신이 있더라도, 이를 납득시킬 만한 적절한 감정선과 촘촘한 구성만 갖췄다면야 주저 않고 손을 들어줄 용의가 있다. 하지만 <미인도>는 시각적인 자극만 있는 게 아니냐는 일부의 우려를 덮기에 그 이야기 골격이 너무 허술하고 진부하다.
홍보사에서는 이 영화를 이안 감독의 < 색, 계>와 비교해 마케팅 하고 있지만, 이 또한 여러모로 뒤진다. <색, 계>가 좋은 작품이라고 평가 받는 이유는 '욕망'으로 대변되는 색(色)과 그것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계(戒)가 팽팽하게 맞서며 화합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인도>는 계(戒)가 색(色)에 압도된 나머지 공허하게 울릴 뿐이다.
대신 총제작비 53억 중 소품비에 25%에 과감하게 투자한 만큼, 소위 말하는 영상의 '땟깔' 만큼은 어느 영화에도 뒤지지 않는다. 조선 후기 복식의 완벽한 고증도 놀랍고, 신윤복의 작품 '단오풍정', '이부탐춘', '습독도' 등의 탄생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꽤나 흥미롭다.
색이 계를 누른 게 아쉬움이라고 했지만, 대신 영화가 자신했던 색에서 만큼은 실망을 주지 않는다는 의미이니, 이를 무시할 수도 없을 듯하다. 특히 4주 동안의 교육 과정과 5일의 촬영기간이 소요됐다는 청나라 괴 체위 장면은 많은 남성 팬들에게 충분한 만족을 선사하지 않을까 싶다.
< 김정은 인터넷 객원기자 scblog.chosun.com/kimjung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