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국내외 프로바둑계에 빅게임 만발

국내외 프로 바둑계에 기록적인 성찬(盛饌)이 펼쳐지고 있다. 흥미 만점의 빅 게임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져 바둑 팬들도 정신을 못 차릴 정도다. 국내에선 각종 도전기와 결승이 한창 진행 중이거나 시작을 앞두고 있고, 국제무대서도 중요한 대국들이 꼬리를 물고 벌어지는 중이다. 낙엽 쏟아지는 늦가을 19로(路) 반상, 그 황금의 산책길에 나서본다.

국내 이세돌·강동윤, 천원·명인 놓고 '10번기'

GS칼텍스배 '소띠 동갑' 원성진·최철한 도전권 다툼 
여류명인전 루이·조혜연 도전무대에서 12번째 격돌

〈GS칼텍스배〉 원성진·최철한 도전권 다툼

도전자 선발리그서 5승 1패 동률선두를 기록 중인 두 기사가 20일 최종국서 도전권을 걸고 격돌할 예정. 승자는 현 타이틀 보유자 박영훈과 도전 5번기(26일 시작)를 갖게 된다. 85년생 소띠 동갑내기로 데뷔시절부터 치열한 라이벌전을 펼쳐왔던 '송아지 3총사' 간의 사상 첫 정면 격돌이다.

유력한 도전자 후보였던 이세돌은 4승 3패에 그쳐 박영훈과의 리턴 매치가 무산됐다. 원성진 대 최철한은 통산 8대7로 원성진의 우세. 박영훈은 원성진에게 5승 4패, 최철한에겐 14승 10패로 앞서 있다. 누가 도전장을 들고 찾아가건 피 터지는 난타전이 예상된다.

〈국수전〉 이세돌 "2연패까지 2승 남았다"

목진석을 도전자로 맞아 치른 1국(13일)서 이세돌이 흑 불계승, 첫판을 장식했다. 24일 벌어질 도전 5번기 제2국은 연승이냐 원점 복귀냐의 분수령이다. 국수전은 국내외 6관왕으로 13개월째 한국랭킹 1위를 기록 중인 이세돌로선 연말 연시 '수확기'의 첫 단추에 해당한다.

목진석은 더 초조한 입장. 작년부터 수차례 정상 공략에 나섰지만 번번이 이창호 이세돌 박영훈 등에 막혀 여전히 무관(無冠)이다. 천신만고 끝에 얻어낸 이번 도전권마저 헛되이 날릴 수는 없는 일. 이세돌에겐 한때 6연패를 안겨주면서 '천적'이란 소리를 들었지만 최근 7연패를 보태며 13승 20패로 몰려있다.

〈천원전〉 혁명아 강동윤, 이세돌에 선승

19세의 '세계마인드 금메달리스트' 강동윤과 25세의 '지존' 이세돌이 결승서 맞붙어 크게 주목받고 있는 무대. 지난 10일 벌어진 결승 5번기 제1국은 강동윤의 흑 불계승으로 끝난 바 있다. 그 승리로 이세돌과의 역대전적을 3승 5패로 좁혔고, 이세돌의 각종무대 9연승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랭킹 4위까지 급상승 중인 '최고 블루칩' 강동윤이 판도 개편에 성공할지가 초점이다. 이세돌의 연말 스케줄 폭주로 인해 2국 날짜는 아직 미정.

〈명인전〉 이세돌 대 강동윤. 1억원의 주인은?

국내 유일의 우승상금 1억원짜리 기전답게 올 시즌 최고의 격전지였다. 10명 풀 리그를 거쳐 상위 2명이 결승에 나가는 방식. 1위 이세돌(7승 2패)이 확정된 뒤 2위 자리를 놓고 이창호 원성진 강동윤(이상 6승 3패) 3명이 공동 2위가 됐다.

재대결 토너먼트 결과 14일 원성진이 이창호에게 백 불계승했으나 17일 강동윤과의 '플레이오프'에서 패했다. 강동윤은 내달 1일부터 이세돌과 결승 5번기를 겨룬다. 천원전을 포함해 두 기사는 '10번기'를 펼치는 셈이어서 올 연말 최고 카드의 '공동 주연'으로 떠올랐다.

〈여류명인전〉 끈덕진 조혜연, 피곤한 루이

45세 '아줌마' 루이나이웨이와 23세 '여대생' 조혜연은 전생(前生)에 모종의 관계로 얽혀 있었음이 분명해 보인다. 지난 12일 도전자결정전서 조혜연이 박지연을 제압, 루이와의 12번째 도전(결승)무대 격돌이 성사됐다.

하향커브가 뚜렷한 루이와, 학업 겸업으로 주춤한 조혜연 간의 여류명인 도전 3번기 첫판 날짜는 추후 결정된다. 이에 앞서 둘은 21일 여류국수전 4강 티켓을 놓고 리허설(?)을 갖는다. 통산 26대13으로 루이가 앞서 있다.

국제-농심배 "퉈자시 초반 돌풍을 잠재워라"

삼성화재배 이창호·이세돌 8강전서 운명의 한판
정관장배 조선족 소녀 송롱후이 연승 어디까지… 

〈삼성화재배〉 이창호 VS. 이세돌 '한국대표 선발전'

8강전이 18, 19 양일간 삼성화재 유성연수원서 벌어진다. 대진은 이창호-이세돌, 왕시-황이중, 쿵제-야마시타, 리저-저우루이양. 중국 5, 한국 2, 일본 1명의 각축 속에서 이세돌-이창호 전(19일)은 준결승에 유일하게 나갈 '한국대표 선발전'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창호는 이세돌을 상대로 지난 9월 잉씨배 준결승서의 2대0 완봉승 포함 최근 4연승 중이다. 총 27승 19패로 앞서 있다. 국내 1위 이세돌로선 2위 이창호의 벽을 넘어야만 진정한 왕자로 대접받는다. 이달 초 LG배서 중국 구리에 져 결승행이 좌절된 이창호로서도 양보할 수 없는 일전.

〈농심배〉 "퉈자시 돌풍을 잠재워라"

동양 3강의 5명 단체전인 이 대회엔 개인과 국가의 명예가 함께 걸려있으며 매년 '국가적 영웅'이 탄생한다. 올해 대회 초반의 히어로는 중국 퉈자시 三단. 한국 허영호 윤준상, 일본 야마시타 고노린이 이 17세 소년의 칼날 앞에 덧없이 무너져버렸다.

과거 9년간 7회를 우승했던 한국은 24일 부산서 시작될 2라운드에서 반격을 벼르고 있다. 잔여병력은 이창호 이세돌 강동윤 등 3명. 강동윤의 우선 출격이 유력하다. 강동윤은 국제신예대항전 한국대표 명단에 포함됐다가 이 대회 컨디션에 맞추기 위해 스스로 빠졌을 만큼 각오가 대단하다.

〈국제신예대항전〉 3년 만의 패권탈환 스타트

한국 중국 일본 대만의 20세 전후 정예들이 '미래'를 걸고 매년 격돌해 왔다. 한국은 작년 11회 대회까지 6번을 석권했지만 최근 2년간 패권은 중국이 가져갔다. 올해 역시 패권의 향방은 최종일(19일) 벌어질 한·중전에서 결정될 것이 확실시된다.

17일 도쿄에서 벌어진 첫날 대국서는 한국이 홈팀 일본과 4대4 무승부를 이루는 데 그쳤다. 이영구가 주장전서 이야마(井山裕太)를 흑 불계로 꺾었고 김지석 강유택 백홍석도 승리했다. 홍성지가 황이주(黃翊祖)에게, 여성대표 이슬아가 이시이(石井?)에게 반 집을 패했다.

〈정관장배〉누가 한국에 첫 승 안길까

중국 1번주자로 나온 조선족 16세 소녀 송롱후이(宋容慧)가 초반을 석권 중이다. 15일 베이징 소재 주중한국문화원에서 끝난 1라운드서 4연승을 기록했다. 10월 초 열렸던 제1회 세계마인드스포츠게임즈 여자개인전 우승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독주다.

한국의 이다혜 이하진, 일본은 가토와 만나미가 송롱후이 돌풍의 희생양이 됐다. 농심배 퉈자시의 4연승과 똑같은 흐름. 한국이 3연패(連覇)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내년 1월 서울서 벌어질 2라운드에서 박지은 이민진 김혜민이 반격의 물꼬를 터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