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회 LG배 세계기왕전] 초일류 론(論)

〈제6보〉(65~74)='초1류'가 '1류'보다 여러 수를 더 보는 것은 아니다. 거의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그들이 서로 다른 성적표를 받아 드는 이유는 뭘까. 하나는 대세관이요, 또 하나는 순발력이다. 미세한 틈새를 뚫고 번뜩이는 '초1류'의 순발력은 탄복할 만하다. '1류'의 어깻죽지에서 선홍색 피가 배어 나오는 것은 언제나 무심히 지나칠 것 같던 찰나의 순간이다. 고노린과 이세돌, 둘의 차이는 그쯤되는 게 아닐까.

65, 67로 조여 흑이 귀를 몽땅 접수했다. 집으로 엄청난 소득. 참고1도 3까지 중앙을 취하는 것과는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하지만 참고1도가 정답이란 결론이 난 것은 그 직후였다. 70이 기막힌 응수타진이었기 때문. 단순히 백 72면 '가'를 선수하고 손을 뺄 요량이었으나 73까지 후수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그렇다고 71로 72는 참고2도 4까지 백이 선수로 안정한다. 고수들의 승부는 바로 이런 대목에서 갈리는 법이다. 그러나 74가 한 박자 빗나가면서 국면은 다시 요동치기 시작한다. 사격 방향은 옳지만 정확한 낙하지점은 아니었다는 게 이세돌 본인의 후회. 다음 보에서 그 사연을 들어본다.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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