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회 LG배 세계기왕전] 식곤증?

〈제8보〉(87~100)=LG배의 경우 점심식사는 국가별로 한 장소에서 함께 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 자리에 그 나라 말에 익숙한 제3국 감시원(?)이 배석한다. 동료들 간에 혹시 있을지도 모를 훈수를 방지하기 위한 LG배만의 독특한 규정이다. 일본 팀을 맡았던 한국기원 김은지씨에 의하면 점심시간 고노린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고 한다.

87은 오후에 놓인 첫 점. 신중한 일착이다. 참고1도 1은 좌상귀의 팻감을 당할 수 없다. 90의 용패(用覇) 때 문제의 장면이 등장한다. 고노린이 무엇에 홀렸는지 돌연 ?로 이어 패를 해소한 것. 97까지 흑이 우상귀에서 올린 소득과, 98까지 최소한 귀의 흑을 사로잡은 백의 횡재와는 비교도 안 된다.

91로는 참고2도 1로 받고 흑 3으로 후퇴해도 그만이었다. A의 약점 때문에 백도 패를 자신할 수 없다. 점심시간 직후의 참사(慘事). 식곤증이 유죄였을까. 이세돌은 "밥 먹는 동안 어떻게 처리할지 골치가 아팠었는데 식사 후 7~8수 만에 거짓말처럼 풀렸다"며 국후 깔깔거렸다. 100에 끊겨 흑은 박살 난 집을 버리고 정처 없는 유랑 길에 오르는데….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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