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세 천재감독의 아찔한 상상 대결

천재감독들이 그리는 도쿄의 모습은 어떨까.

국적을 막론한 세 천재감독이 모였다. 옴니버스 영화 < 도쿄!>에서 각기 다른 개성과 기발한 상상력으로 재능을 뽐낸 봉준호 감독, 미셸 공드리 감독, 레오 카락스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 도쿄!>를 여는 대막의 첫 작품은 미셸 공드리 감독의 재치가 빛나는 <아키라와 히로코>.

감독은 무료하고 의미 없는 나날을 보내던 20대 여성이 겪는 괴이한 신체적 변화를 잔잔하면서도 코믹한 분위기로 그려낸다. 견인당한 차의 벌금을 마련하지 못해 몰래 필요한 도구만을 꺼내오는 히로코의 애처로운 모습은, 극심한 경기침체로 88만원 세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대한민국 청춘들의 서글픈 현주소를 떠올리게 한다. < 이터널 선샤인>으로 기발한 상상력과 독특한 영상미를 선보인 바 있는 미셸 공드리 감독 특유의 가벼운 듯 통찰력 있는 메시지가 관객의 감성을 자극한다.

도쿄의 한복판. 딱 봐도 정상은 아닌 것 같은 녹색 정장 차림의 사나이가 하수구에서 기어 나와 거리를 누빈다. 가만히 서 있던 회사원의 담배를 뺏어 피기도 하고, 어린 아이가 먹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빼앗기도 하면서 사람들을 공포에 내몰다 경찰이 출동하면 다시 하수구 속으로 유유히 사라진다. 대량 살상을 아무렇지 않게 행하면서 "나는 일본인이 싫다!"고 뻔뻔스럽게 내뱉는 이 하수구 광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 퐁네프의 연인들>, <나쁜 피>의 감독으로 유명한 레오 카락스가 모처럼 선보이는 신작 <광인>은 그의 페르소나 드니 라방과의 환상적인 하모니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일상적이고 잔잔한 영상미를 추구한 다른 감독과는 달리, 레오 카락스는 강렬한 영상과 충격적인 메시지로 관객을 압도한다.

봉준호 감독과 아오이 유우의 만남만으로 화제를 모은 < 흔들리는 도쿄>는 피자배달부를 짝사랑하게 된 히키코모리의 일탈을 그린 작품. 11년째 집안에서 생활하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가 우연한 계기로 피자배달부를 짝사랑하게 되고, 11년 만에 집밖으로 나와 충격적인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디테일한 영상미를 추구하는 봉준호 감독의 장점, 여기에 일본의 아이콘 아오이 유우의 매력이 더해져 현대인의 소외와 파편화라는 익숙한 메시지를 신선하게 전달하고 있다.

도쿄를 무대로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이 한데 어우러진 < 도쿄!>. <도쿄!>는 범상치 않은 세 감독이 선사하는, 알찬 종합선물세트 같은 옴니버스 영화다. 도시의 지루한 일상에서 재기발랄한 상상력을 만끽하고픈 이들에게 추천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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