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총' 영남일보, '대포' 제일화재 진압

'기관총 부대'가 '대포 부대'를 진압했다. 상대 포격으로 초토화된 진지에 허영호 김형우 강유택 등 '특등 사수'들이 등장, 백발백중의 기관총 소사(掃射)를 퍼붓자 형세는 단숨에 뒤집어졌다. 승리감에 도취해 있던 적진에선 더 이상 견디지 못한 듯 백기가 나부꼈다.

영남일보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적으로 탈출하며 KB국민은행 2008한국바둑리그 챔프 결정전에 진출했다. 22~23일 한국기원서 벌어진 제일화재와의 플레이오프서 영남일보는 초반 2국을 잃었으나 허영호가 최철한을 제압, 완봉패 위기에서 벗어난 뒤 김형우가 김승재를 꺾어 승부를 최종국까지 끌고 갔다.

최후의 결전에 임한 선수는 영남일보 강유택과 제일화재 홍민표. '머리'보다는 '심장' 싸움이었다. 쌍방 부담감으로 바둑은 중반까지 몇 차례 출렁거렸지만 냉정함에서 팀의 막내 강유택이 앞섰다. 강유택은 일단 승기를 잡자 17세 소년이라곤 믿을 수 없는 침착함으로 바둑을 마무리했다. 흑 5집 반 승.

그 한판으로 정규리그 2위 팀 영남일보는 챔프 결정전에 도약하며 바둑리그 사상 첫 2연패(連覇)에 도전하게 됐다. 윤준상(10승 4패) 김지석(8승 5패) 강유택(10승 5패) 허영호(10승 5패) 김형우(7승 4패·이상 포스트시즌 성적 포함) 등 주전선수들의 고른 전력이 빛을 발했다. 시즌 중엔 8연승의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반면 이세돌 최철한 등 최강의 '원투 펀치'를 보유,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제일화재는 지난해와 같은 3위에 그치며 올해 '농사'를 마감했다. 제일화재 주장 이세돌은 정규리그 11승(3패)에 포스트시즌 2승 등 올 시즌 13승을 올리고도 무대에서 사라지게 됐다.

영남일보와 정규리그 1위 팀 신성건설 간의 챔피언 결정전은 내달 3~4일 1차전, 6~7일 2차전으로 연속 치러진다. 1승 1패가 될 경우 최종 3차전은 13일 오전 10시부터 하루에 결판을 내기로 했다. 정규리그 때는 전·후기 모두 영남일보가 4대1로 낙승한 바 있다. 명예도 명예지만 단체상금(우승 2억7000만원, 준우승 1억6000만원)의 격차가 워낙 커 양팀 모두 사력을 다한 총력전이 예상된다. 최후에 웃을 팀은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