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유쾌하게 늙을 수도 있다

스티븐 워커(Walker)가 연출한 이번 다큐멘터리는 2006년 '건재'(Alive and Well)라는 이름의 특별 공연을 준비하던 '영앳하트'의 어느 7주일에 대한 기록이다. 이 밴드의 멤버는 막내라고 해 봤자 73세이고 최고참은 무려 93세. 하지만 이들이 노구(老軀)를 이끌고 소화하는 뮤지션은 프린스, 라디오헤드, 콜드플레이, 롤링스톤즈, 클래쉬, 데이빗 보위를 넘나든다.

노인과 로큰롤이라는 뜻밖의 조합이 빚어내는 경쾌한 화학작용은 물론이지만, 이 영화의 가장 빛나는 순간은 사실 무대 위보다 무대 뒤에 숨어 있다. 두 줄 이상의 가사는 외우지 못하는 건망증 환자 스탠 할아버지와 음색은 좋지만 박자 맞추기에는 젬병인 도라 할머니가 제임스 브라운의 '아이 필 굿'(I Feel Good)을 수십 번 연습할 때의 초롱초롱한 눈빛. 카메라를 들고 집을 찾아 온 감독이 침실을 보여 달라고 하자 "이런 유혹이 있나"며 농담을 던지는 아이린 할머니의 느긋함. 생의 마지막 순간을 보낸다고 여겼던 노인들에게서 역설적으로 젊은이보다 더 기운 넘치는 에너지를 발견할 때, 진정한 죽음은 열정을 잃었을 때 찾아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올해 선댄스 영화제를 비롯한 10여 개의 국제 영화제에서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고, 2008년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소개됐다. 메가박스 코엑스, 아트선재센터, 서울극장, 아트하우스 모모 등 4개 스크린에서만 상영한다.


▶전문가 별점

열정이 없는 삶은 죽음이라는 것, 즐겁게 늙어야 한다는 것을 담은 음악 다큐멘터리. ★★★☆

이상용·영화평론가

너도 할 수 있다고 외치는 각성의 선율. ★★★☆

황희연·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