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작가 10명 '원더브랜드전(展)' 멋진 상표인가, 브랜드 예찬인가

12월 20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포럼스페이스에서 《원더브랜드(Wonder Brand) 전》이 열린다. 국대호·금중기·장재록 씨 등 30~50대 현대미술 작가 10명이 삼성·LG·아디다스·대한항공·BMW·벤틀리·아이리버·봉고·코리아나화장품 등 우리 주변에 있는 실제 브랜드를 소재로 유화·수묵화·가구·설치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기업이 주문해서 제작한 미술품이 아니라, 작가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택해서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미술품이다.

전시회 제목을 '멋진 상표들'이라고 해석해도 좋고, '상품에 대한 경탄'이라고 번역해도 무방하다고 전시 기획사 측은 말하고 있다. 참가 작가들이 그리는 세계는 밝고 가볍고 빠르고 매끄럽고 반짝거린다. 평론가들은 "작품 하나 하나가 관람객에게 '솔직히 말해서 나는 소비가 매우 즐거워'라고 속삭이는 듯한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대호씨의 〈타임스퀘어〉 연작은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 LG와 삼성 전광판이 환하게 빛나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작가는 행인들의 홍소(哄笑)와 자동차 경적소리가 그림 밖으로 번져나올 것 같은 느낌을 극대화하고 있다. 금중기씨는 단단한 플라스틱으로 오동통한 곰을 빚은 뒤 윤기 흐르는 우레탄 도료를 바르고 〈파이터〉라는 제목을 붙였다. 아디다스 운동복을 입은 곰은 사뭇 진지한 얼굴로 권투 중이다.

장재록씨는 천 위에 먹과 아크릴 물감으로 BMW와 벤틀리 같은 명차(名車)를 그렸다. 반짝이는 차체, 자동차 앞 유리에 흐르듯 드리운 나무 그늘, 남자의 근육처럼 힘차게 부풀어오른 타이어 등을 사실보다 더 사실적인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묘사했다.

전시 기획자 이대형씨는 "광고와 미술은 오늘의 문화를 가장 적나라하게 반영하는 두 축"이라며 "현대미술이 대중과 소통하는 새로운 통로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 전시를 보고 나온 관람객들은 "너무 매혹적이다. 그것은 아마 작품 밑바탕에 흐르는 솔직하고 명랑한 낙관주의 덕분일 것이다"라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전시 기획사 측은 "관람객들이 만족했다면 그것은 ▲나는 멋진 상품이 좋다 ▲멋진 상품으로 꽉 찬 이 세상이 좋다 ▲멋진 상품을 좋아하는 나 자신도 무척 마음에 든다는, 세 가지 자기 긍정에 동의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02)587-70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