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회 LG배 세계기왕전] 샌님과 사냥꾼

〈총보〉(1~194)=마무리 순간의 참고도 하나를 더 보고 이 바둑 감상을 마무리한다. 173 때 백이 175로 차단하면 어떻게 되느냐는 것. 그것은 14까지 필연의 수순으로 패(覇)가 난다. 팽팽한 형세라면 백도 마다하지 않을 변화지만 다 이긴 바둑에 모험할 필요가 전혀 없다. 젊었을 적 후퇴를 몰랐던 이세돌은 20대 중반 나이에 노련한 사냥꾼으로 완벽히 변신하고 있다.

중반까지는 고노린도 자국 타이틀 보유자답게 깐깐히 버텼던 한 판. 하지만 오후 대국으로 넘어간 직후 믿기 어려운 완착을 터뜨리며 허망하게 무너져 내렸다. 이 바둑을 검토한 최규병 九단은 고노린의 반면(盤面) 운영에 대해 "과감한 수가 거의 안 보인다. 너무 샌님형 기풍"이라고 촌평했다.

이세돌은 중반 초입까지 상대의 실리전법에 말려 고전했다. 마치 일본 장쉬와 맞붙었던 1회전의 재판(再版)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결과는 두 판 모두 이세돌 특유의 수읽기를 바탕으로 한 '두터움 활용법'으로 끝났다. 2연속 우승고지를 향해 그는 올해도 바람 같은 속도로 내달리고 있다. (68…63, 89…79, 91…58, 191…82, 193…183, 194수 끝 백 불계승, 소비시간 백 1시간58분, 흑 2시간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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