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동양화가의 이상향 '원더랜드' 김건희 전(展)

동양화가 김건희(35·수원대 교수)씨가 3~9일 서울 관훈동 갤러리이즈에서 《원더랜드―흘러가다》전을 연다. 김씨는 한지에 먹과 물만 써서 그린다. 벽과 바닥이 있는 텅 빈 공간이 있고, 그 위에 구름 같은 흰 형상이 물 흐르듯 스르르 풀려나가는 장면이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구름 부분은 아무 것도 칠해지지 않은 흰 공백이다. 종이에 흰 물감으로 구름을 그리는 대신, 검은 먹으로 구름만 남긴 채 주변을 칠해서 구름을 드러내는 것이다. 꿈속의 한 장면처럼 몽환적이지만, 실제로는 정교한 계산하에 세필(細筆)을 써서 엷은 먹을 한 겹씩 셀 수 없이 올려가는 작업이다.

김씨는 "옛 화가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이상향을 꿈꾼다"며 "그것은 바라는 것도 없고, 할 일도 없는 무위(無爲)의 세계"라고 했다. 전통적인 기법으로 전통적인 정신 세계를 그리되, 화폭에 나타난 이미지는 감각적이고 현대적이다. 미술평론가 조은정씨는 "무릉도원을 그리던 선인(先人)들과 자신의 이상향인 '원더랜드'를 찾아나선 작가는 물의 표현을 적절히 구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썼다. (02)736-66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