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윤, 명인전서도 이세돌 제압

강동윤, 명인전서도 이세돌 제압

강동윤과 이세돌이 맞붙은 명인전서 강동윤이 선제 1승을 따냈다. 1일 한국기원서 시작된 제36기 명인전 결승5번기 첫판서 강동윤은 불리했던 바둑을 뒤집고 305수 만에 백으로 5집 반 승, 서전을 장식했다. 명인 2연패(連覇)를 겨냥 중인 이세돌은 본선리그 1위로, 강동윤은 동률의 이창호 원성진과 재대결을 거쳐 2위로 결승무대에 나섰다.

강동윤은 동시진행 중인 제13기 천원전 결승5번기 첫 판서도 이세돌에게 흑으로 역전승한 바 있어 둘 간의 '10번기'는 강동윤의 초반 우세로 전개되는 상황이다. 국내 최고액인 1억원의 우승상금이 걸려있는 명인전 결승2국은 5일 벌어진다. 강동윤은 최근 2연승에 힘입어 이세돌과의 상대전적도 4승5패로 좁혔다.

 "국제대회 우승하면 가장 기쁠 것 같아"
국내외서 맹위 떨치는 강동윤

"6판을 모두 두기 위해 옷도 6벌을 챙겨 내려왔다"던 강동윤(19)이 자신의 '공언'을 지켰다. 29일 벌어진 제10회 농심배 2라운드 최종 6국서 일본 다카오(高尾紳路)에 패배, 연승을 이어나가지는 못했지만 5연승 대회 타이기록과 함께 난파 직전이던 한국 팀을 선두로 이끌어내는 주역이 됐다.

올 한 해는 강동윤을 위한 1년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올림픽 연계행사로 열린 마인드스포츠게임즈서 각국 프로들을 연파하고 사상 첫 금메달리스트가 됐고, 명인전과 천원전서도 결승무대에 진출했다. 이런 활약 속에 그는 이미 九단 승단 자격을 확보했다. 지난 6월 8위에 머물던 랭킹도 12월엔 3위로 수직 상승했다. 부산을 떠나 30일 오후 서울 자택으로 돌아온 이 '무서운 10대'를 전화로 연결했다.

ㅡ다카오 전은 객지 체류가 길어져 지친 것이 패인이란 분석도 있다. 평소에도 체력이 강하다는 느낌을 주는 타입은 아니다. 피로하지 않나.

"어떤 판이건 진 바둑은 결국 실력이 원인이다. 그 바둑도 체력부담 없이 평소처럼 두었다. 원래 약한 체질도 아니다."

ㅡ농심배 전까지 각종 국제대회서 2승6패에 그쳐 한때 '국내용'이란 비아냥도 들었다. 그간 국제무대서 왜 실력발휘를 못했을까. 이번 농심배로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놓았는데 특별한 준비라도 있었나?

"자꾸 지다 보니 부담감이 크게 작용했던 것도 같고…. 공부방법이 달라졌다던가 하는 건 전혀 없다. 국내외 가릴 것 없이 매 판 최선을 다 할 뿐이다."

ㅡ랭킹 1위 이세돌 九단을 상대로 천원과 명인전 합해 '10번기'가 시작됐다. 목표는?

"이 사범님은 워낙 강하고 수읽기가 깊다. 상대를 힘들게 만들면서 판을 이끌어가는 능력이 탁월하다. 내가 자신 있는 부분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힘없이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도 않다."

ㅡ발군의 성적을 올리고는 있는데 아직도 속기(速棋) 쪽에만 강하다는 시선이 있다. 농심배도 1인당 1시간짜리 준(準)속기였고….

"내 생각은 좀 다르다. 긴 시간 바둑의 성적이 상대적으로 나빴다면 그냥 결과가 그랬을 뿐이다. 장고 바둑이라 해서 두려움은 없으며 속기 못지않게 둘 자신이 있다. 이번 명인전(1인당 2시간)과 천원전(3시간) 결승에서 그걸 증명해 보이고 싶다."

ㅡ올해 가장 기뻤던 순간이라면? 언제쯤 랭킹 1위로 올라갈 수 있을까.

"마인드스포츠대회서 우승했을 때는 결승전 상대가 같은 나라 기사(박정상 九단)여서 그랬는지 생각만큼 감격적이지 않았다. 프로 국제대회서 좀 더 성적을 올려 언젠가 우승하는 날이 가장 기쁠 것 같다. 랭킹 1위요? 그건 너무 어려운 질문이어서 대답할 수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