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회 LG배 세계기왕전] 백의 무리수(無理手)

〈제2보〉(11~21)=노타이 차림의 이창호가 흑 11을 놓곤 상의 재킷을 벗어부친다. 그는 유난히 열이 많은 체질이다. 야마시타는 단정한 정장(正裝)차림. 그러고 보니 각국 프로기사들의 평소 의상은 소속국가의 바둑 정체성(正體性)과 무관치 않다. 중국 기사들은 요즘도 심심치 않게 트레이닝 복이나 스웨터 차림으로 대국에 임하곤 한다.

12로 세 칸을 벌리자 흑은 즉각 13으로 육박했다. 백이 손을 뺐을 때 15가 소위 '이창호 류(流)'. 이 수론 10년 전만 해도 참고1도의 처리가 유행을 탔었다. 16이면 17이 뻔하므로 흑 15 때 백이 '가'로 빠지는 건 어떨까. 실제로 90년대 '사제 전쟁' 때 스승 조훈현이 참고2도 1을 시도했으나 이창호가 2, 4로 대응한 뒤부터 백 1은 사라졌다.

18(13분)은 이런 형태에서의 틀이긴 하지만 무리수로 결론이 났다. 참고3도 9까지의 수습이 최선이었다는 것. 수순(手順)을 바꿔본 셈인데 19로 먼저 갈라침을 당해선 백이 고전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20으로 동태를 살피자 흑 21이 떨어졌다. 일단은 속수(俗手). 이 수가 놓인 배경과 선악을 다음 보에서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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