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과격한’ 호착(好着)

 

 

〈제5보〉(50~61)=야마시타(山下敬吾)는 일본 최고기전인 기성(棋聖) 보유자. 타이틀로 서열을 매기는 관례에 따라 그는 일본 공식서열 1위 기사다. 하지만 최근 실적에선 대만 출신 장쉬에게 밀리는 분위기. 2관왕 야마시타는 현재 진행 중인 왕좌 방어전서 도전자 장쉬에게 1대2로 뒤져 있다. 반면 장쉬는 최근 고노린(河野臨)에게 천원 타이틀을 빼앗는 등, 연내 6관왕 등극이 유력해졌다.

곤마(困馬)가 되면 바빠진다. 백 2개, 흑 1개의 두 눈을 못 갖춘 대마들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50, 51, 52에서 세모(歲暮)를 앞두고 싸늘한 날씨 속에 종종걸음하는 서민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53으로 상대 진로를 막아서며 집을 키우는 자세가 돼선 흑 쪽이 기분 좋은 흐름.

54는 참고도를 기대한 것이지만 혼자만의 달콤한 환상이었다. 9분간 숙고하던 흑이 놀랍게도 55로 끼워간 것. 순간 검토실이 술렁이더니 찬탄이 터진다. 이창호답지 않은 과격함, 그리고 그 수의 기막힌 효용가치가 드러나면서 뒤따른 반응이었다. 59까지 순식간에 54 한 점이 절단됐다. 내친김에 백도 60에 젖혀갔으나 문제의 일착. 흑이 또 한 번 61로 가차없이 차단하자 우변 백의 목숨이 위태로워졌다. 야마시타가 준비한 카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