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에 카메라를 들이대다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내년 2월 15일까지 《39조2항》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은 "누구든지 병역 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한 '헌법 39조2항'에서 따온 것이다. 이 조항에 대해 "정말?" 이라고 시니컬하게 묻는 데서 이 전시는 출발한다.

김규식·노순택·백승우·이용훈·전재홍씨 등 참가 작가 5명은 각각 ▲장난감 무기 ▲첨단 무기 전시장 ▲북한 사회 ▲예비군 훈련장 ▲일제시대 건축물 등을 소재로 삼았다. 군사문화 그 자체를 다룬 작품에서 출발해, 역사와 일상의 아이러니까지 점차 관람객의 사색의 폭을 넓혀가는 전시 구성이다.

우선 김규식씨는 장난감 무기 모형을 커다랗게 확대한 사진을, 노순택씨는 최신 전투기가 활강하는 장면을 보고 환호하는 시민들을 찍었다. 매끈하고 아름다운 무기의 동체와 그것의 실제 용도(살상)가 빚는 아이러니가 담겨 있다.

이어 이용훈씨는 예비군 훈련장에 카메라를 몰래 가지고 들어갔다. 국가는 전쟁에 대비해 군 복무를 마친 남성들을 '예비군'으로 훈련하지만, 실제로 훈련장에서 밥 먹고 줄 서고 구보하는 사나이들에게 '긴장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백승우씨의 《유토피아 연작》은 북한 당국이 발표한 선전용 사진을 작가가 임의로 왜곡한 것이다. 북한이 내세우는 '유토피아'가 외부인에겐 도저히 '유토피아'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백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사람들에겐 북한 당국이 내세우는 유토피아가 '실재'(實在)일 수 있다. 우리에겐 그 반대가 실재이듯이" 라고 말했다.

논산·군산·목포 등지의 근대 건축물을 찍은 전재홍씨의 사진은 기록의 힘과 역사의 아이러니를 생생하게 드러낸다. 해방 후, 일본인들이 전국 각지에 세운 신사는 남김없이 파괴됐으나 소록도 신사만은 온전히 보존됐다. 이곳은 현재 주민 쉼터로 이용되고 있다. 일제시대에 혹독하게 고생했던 나이 든 주민들이 종종 이곳을 산보한다고 한다. (02)733-8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