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구리, 게 섰거라"

최초의 중국 주최 세계프로바둑대회인 춘란배는 1999년 창설 후 몇 년 동안 툭하면 대회 중단 소문이 돌았다. 스폰서의 당초 기대와 딴판으로 번번이 외국 기사들이 우승을 휩쓸어 갔기 때문이었다. 2005년 5회까지 치르는 동안 한국이 4번, 일본이 한 번 15만 달러의 우승상금을 챙겨갔다. 2007년 6회 때 구리(古力)가 조국의 한을 풀어주면서 춘란배 중단 소문도 비로소 멈췄다.

금년 3월 7회 대회가 시작될 때 배당된 국가별 출전쿼터는 중국 11명에 한국 4, 일본 5명. 그 좁은 틈을 뚫고도 곧잘 우승컵을 가져오던 한국 기사들이지만 올해 성적은 예전 같지 않다. 중국 7, 한국 1명으로 좁혀진 상태에서 8강전(9일)과 준결승(11일)이 중국 강서성 난창(南昌)에서 벌어진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국 기사는 이창호. 그 이창호와 8강전서 맞설 상대는 전년도 우승자이기도 한 중국 톱스타 구리다. 만약 이 판에서 이창호가 무너진다면 중국은 6회 때에 이어 춘란배에서 2년 연속 우승뿐 아니라 4강을 독식하는 만행(?)을 재연하게 된다.

이창호는 개인적으로도 구리에게 갚아야 할 빚이 많다. 우선 지난번 춘란배 8강전서 패했다. 작년 초 농심배 최종국서 설욕했지만 올 들어선 7월 후지쓰배 결승, 지난달 LG배 준결승 등 주요대국서 연속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초창기 우세도 다 까먹어 4승 4패가 되면서 이번 만남은 '중간 결산' 격이 됐다. 나머지 8강 대진은 창하오 대 황이중, 쿵제 대 딩웨이, 저우허양 대 셰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