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건설 멍군… "3차전 가자"

장군에 멍군. 챔피언 결정전답다. 정규리그 1위 신성건설과 2위 영남일보가 한 판씩 주고받는 화끈한 난타전으로 겨울 바둑계를 녹이고 있다. 이로써 KB국민은행 2008 한국바둑리그 우승 팀은 13일 벌어질 최종 3차전서 가려지게 됐다.

신성건설은 6, 7일 한국기원서 치러진 2차전서 영남일보를 3대1로 눌렀다. 1차전(3, 4일) 패배 때와 똑같은 스코어의 앙갚음이다. 윤찬희가 선봉장 대결에서 상대 강유택에 반 집을 이긴 것이 반격의 신호탄. 1대1이 된 후 고근태가 허영호에게 1차전 패배를 통쾌하게 설욕하면서 신성건설 승리 분위기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양팀 주장끼리 만난 4국이 2차전의 절정이었다. 신성건설 박영훈은 중반까지 패색이 짙었던 바둑을 끈덕지게 추격, 역전에 성공해 '끝내기 1인자'로서의 명성을 확인했다. 1차전서 영남일보 김형우에게 불의의 일격을 맞고 팀 패배의 원인을 제공했던 아쉬움도 동시에 씻어냈다.

신성건설 양재호 감독으로선 동갑내기 친구이자 라이벌인 영남일보 최규병 감독을 상대로 지난해 결승전 2연패, 올해 3연패 등 5연패 만에 거둔 승리. 또 최규병 감독으로선 하필 적장(敵將)으로 나타난 애제자 박영훈에 의해 천금 같은 2차전을 잃은 셈이 됐다. 양 감독은 "3차전은 즐기면서 후회를 남기지 않는 승부를 하겠다"고 했고, 최 감독은 "3차전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했다.

8일 공개된 3차전 오더가 또한 절묘하다. 신성건설은 1위부터 5위까지 지명 순번 차례로 등판시킨다. 양 감독이 선호해 온 '초전박살' 콘셉트 그대로다. 반면 영남일보는 또 한 번 출전순번에 대폭 변화를 추구했다. 강유택 윤준상의 1·2번 기용은 2차전과 같지만 '3번 전문' 허영호를 최종 5국으로 뺐다. 김지석은 승부의 분수령인 3번에 기용, 운명의 열쇠를 맡겼다. 8개 팀중 최연소 주장인 김지석은 포스트시즌 돌입 이후 3연패 중이다.

그 결과 목진석과 윤준상은 2차전에 이어 연속 만나게 됐고, 2차전 최종전으로 예정됐다 무산된 이정우·김형우 전이 3차전 4국(장고판)서 다시 성사됐다. 승부가 최종전까지 갈 경우 양쪽 1, 2차전의 영웅이었던 허영호와 윤찬희가 1억1000만원(우승·준우승 상금 차액)짜리 대결을 갖는다. 3차전은 13일 오전 10시에 시작, 당일 모두 소화하기로 해 5국까지 갈 경우 밤 11시경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단체상금은 우승 2억 7000만원, 준우승 1억 60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