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회 LG배 세계기왕전] 만용의 끝

〈제6보〉(61~77)=무릇 전쟁에선 신중해야 한다. 그렇다고 물러서기만 반복해선 결코 적을 꺾을 수 없다. 하지만 강경 일변도의 전략이야말로 패망의 지름길이다. 강온(强穩)의 적절한 힘 배분, 진퇴(進退)의 시기를 가늠하는 지혜야말로 승부사가 갖춰야 할 최고의 덕목이란 뜻이다. 필요하다면 상대방 가랑이 사이라도 길 수 있는 자만이 세상을 얻는다.

흑의 잇단 대시에 백도 발끈해 △로 젖힌 장면. 오전의 마지막 수였다. 불퇴전의 기세가 담겨 있지만 몇 수 지나지 않아 만용(蠻勇)임이 드러난다. 흑은 오후 대국이 재개된 후에도 신중을 거듭하더니 18분 만에 61에 끊어갔다. 점심시간 60분을 포함하면 무려 78분간 다지고 다진 필살의 한 수. 결국 69까지 우변 백말이 질식사했다. 68로 참고도처럼 몸부림쳐 봐도 안에선 사는 수가 없다.

60으론 '가'로 늘어 유장하게 판을 이끌어가는 게 정법이었다. 그때 흑이 '나'로 하변을 키운다면 백 '다'가 통렬하다. 백은 72까지 하변에서 최대한 대가를 구했지만 대세는 어느새 흑에게로 넘어간 느낌. 백 △ 한 점의 만용은 결국 참극을 불렀고 국후 '패착'이란 선고를 받았다. 74로도 '라'로 버티는 게 차선책이었으나 이마저 놓치고 만다. 75를 맞아선 꿩도, 매도 날아가 버렸다는 중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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