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회 LG배 세계기왕전] 흑 4집 반 승

〈제11보〉(175~222)=큰 차이는 아니지만 도저히 역전시킬 수 없는 형세. 일본 바둑에선 이런 경우 끝까지 두지 않고 적당한 시점에 돌을 거두는 것을 예의로 친다. 하지만 오늘 야마시타는 계가까지 마칠 모양이다. 이런 선택을 한 그의 심리를 헤아리기 어렵지 않다. 아쉬움과 체면이었다. 무엇보다 일본의 1인자란 간판은 그에게 끝없는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것으로 대 이창호 전 5연패. 번번이 패하는 자신을 용서하기 힘들었으리라.

올해 LG배에 대한 일본 바둑계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도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일본 기사가 국제대회 8강 대열에 2명이나 올라간 것은 근자에 보기 드물었던 경사였다. 하지만 준준결승이 끝나자 야마시타와 고노린은 모두 대진표에서 사라지는 운명이 됐다. 계가까지 끌고 간 과정은 집념이라기보다는 가슴을 쓸고 지나가는 여러 회한을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206으로 207에 끊는 수는 참고도 4까지의 수순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마지막 반패(半覇)까지 이은 뒤 계가하니 흑의 반면(盤面) 11집 승, 덤을 제하고 4집 반 차이다. 쌍방 모두 말이 없다. 야마시타의 시선은 우변의 잡힌 백돌 7점 방향에 가 있다. 하긴 초반 거기서 망하면서 바둑을 버렸지. 이창호가 지친 표정으로 물수건을 얼굴에 덮는다.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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