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이창호 류(流)

〈총보〉(1~222)=복기는 간단했다. 60으로 참고도 1에 두었더라면 아직 창창했다는 것. A의 곳을 선수로 틀어막힐 수는 없으므로 흑 2는 당연한데, 그때 3이 공수 양면의 급소였다. 또 하나는 74. 그 수로 94에 두고 흑 95로 보강할 때 170으로 펼쳐 갔으면 아직 백도 희망이 있었다. 이창호도 "75를 두면서 비로소 우세를 느꼈다"고 했다.

전형적인 '이창호다운' 한판이었다. 초·중반 승부처에서 기선을 제압하는 후각이 역시 탁월하다. 요즘엔 확신만 서면 55 같은 '과격한' 수도 과감히 동원된다. 일단 승기를 잡은 뒤 철저하게 닫아 거는 특유의 승부호흡, 추격하는 상대를 적당히 위협하고 적당히 양보하면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가는 솜씨가 고스란히 재현됐다.

승리가 눈앞에 보이는데도 초읽기까지 몰리며 조심한 것도 이창호다웠다. 아무튼 이 바둑을 이겨 4강. 이창호로선 9회 LG배 이후 4년 만에 밟아보는 고지다. 총 4차례의 최다 우승으로 'LG배 터줏대감'으로 불리던 그는 일단 옛 고향으로 돌아오는 데 성공했다. 분명 그랬는데…. (222…113, 222수 끝 흑 4집 반 승, 소비시간 백 2시간 57분, 흑 2시간 56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