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중량급(重量級) 대결

〈제1보〉(1~12)=박영훈은 이미 '거물'이다. 올해 몇 차례 랭킹 등락을 겪긴 했지만 이창호 이세돌 등 초1류들과 같은 그룹에 분류된다. 하긴 세 차례나 세계정상에 서 본 기사는 각국을 통틀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창하오(常昊)는 구리(古力)와 더불어 중국 바둑을 대표하는 간판스타. 그 둘이 8강 길목에서 맞닥뜨렸다. 자주 보기 힘든 황금카드가 성사된 것. 권투식 표현을 빌린다면 '링이 꽉 차는 느낌'이라고 할까.

6에 걸쳤을 때 7은 요즘 한창 유행하는 협공. 여기서 백이 대뜸 8로 짚어온 수가 이채롭다. 창하오가 최근 꾸준히 탐구 중인 테마이기도 하다. 그는 얼마 전 라이벌 구리를 맞아 백으로 참고 1도처럼 둔 적이 있었다. 이건 7로 벌리는 간격이 좁아 불만이란 결론을 내렸던 것일까. 오늘은 7을 유도한 뒤 8을 감행한다.

'공부벌레'로 유명한 박영훈이 이 기보를 안 봤을 리 없다. 그런데도 8분여를 면밀히 검토하더니 9로 응수한다. 참고2도도 한 판이지만 일단 이렇게 실속을 챙기고 싶은 대목. 12까지, 초반에 백이 먼저 주문을 거는 흔치 않은 흐름이다. 8의 한 점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 내느냐가 이 바둑의 화두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