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영화팀의 금주의 선택] Yes만 하고 살면 만사 OK?

모든 일에 '예스(yes)'라고 대답하면 정말 행복해질까. 인간의 불행은 대개 잘못된 '예스'에서 비롯되었다. 인류 최초의 전과자인 이브는 뱀의 꾐에 '예스'했고, 한국 대통령들의 형·동생들도 '오케이'를 연발하다 나랏밥을 먹었다. 18일 개봉 영화 '예스맨(Yes Man)'은 "긍정적으로 사세요" 하는 영화가 아니다. '예스'와 '노'의 방법론을 코믹하게 설명한 필름이다. 영화는 '짐 캐리 코미디'라기보다 짐 캐리가 주연한 로맨틱 코미디다. 주인공 칼(짐 캐리)이 만사 '노(no)'만 뇌까리는 건 이혼한 뒤부터다. 우연한 기회에 '예스맨'으로 바뀌고 나서 승진하고 인기도 얻지만 사랑만큼은 잘못 말한 '예스'들 탓에 뒤죽박죽된다.

영화 전반에는 '노'의 행렬, 중반에는 '예스'의 물결이 이어진다. 양쪽 모두 아름답지 못한 결과를 낳는다. 그리고 중요한 한 장면. 칼의 전처는 새 남자에게 차인 날 바로 칼에게 "역시 당신뿐인 것 같아"라고 말한다. 칼은 오랜만에, 그리고 현명하게 '노'라고 답한다. '예스맨'이 되고 나서야 '아니오 사용법'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새 사랑을 찾은 칼의 마지막 대사는 "난 '어쩌면'이 좋아(I like maybe)"다. 좌(左)예스와 우(右)노를 오간 뒤 '메이비'로 수렴했을까.

짐 캐리는 이 영화에서 서툰 한국어 연기를 선뵈는데, 양념 수준을 넘는다. "청주 날씨는 어때요?"부터 "화이팅, 아자아자!"까지 한국어 관련 에피소드가 이어진다(9시 뉴스에서도 따로 언급 않는 청주 날씨를 왜 할리우드가 골랐는지는 약간 궁금하다).

찰흙반죽처럼 움직이는 짐 캐리의 표정연기도 여러 번 나와 웃게 만든다. 칼의 새 연인 르니 역을 맡은 주이 디샤넬은 건강한 매력이 돋보이는 배우다. 그녀는 명작 '올모스트 페이머스'에서 조연으로 등장했고 '예스맨'에서처럼 실제 뮤지션이다. 영화 첫 장면에서 칼의 전화벨소리로 저니(Journey)의 '세퍼레이트 웨이즈(Separate Ways)'가 나온다. 이 전화를 칼이 끊어버리는 바람에 노래 전주만 조금 들리는데, 오토바이 타고 르니를 찾아가는 장면에 다시 쓰이면서 비로소 가사가 들린다. "언젠가 사랑이 찾아올 거야. 널 묶은 사슬을 끊어버려…".


▶줄거리

은행의 대출담당 직원인 칼은 '노'를 입에 달고 산다. 대출도 안 해주지만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않는다. 매일 밤 혼자 DVD나 빌려보는 신세다. 어느 날 친구 소개로 '예스맨 집회'에 나간다. 얼떨결에 모든 일에 '예스'하겠다는 서약을 한다. 이후 한번도 겪지 않았던 일들을 해보게 된다. 한국어와 조종술도 배운다. 그러나 '예스맨'이 된 후에도 문제는 일어난다.

▶전문가 별점

·만일 짐 캐리가 '예스' 안 했으면 어쩔 뻔했나 싶은 영화. 그의 매력으로 버티는 유머. ★★★
이상용·영화평론가

·예스를 외쳐야 할 이유, 짐 캐리! 예스를 외치고 싶은 이유, 짐 캐리! ★★★

황희연·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