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정석(定石) 흥정

〈제2보〉(13~26)=특정 기사와 특정 기전 간엔 종종 '특별한 인연'이 형성되곤 한다. 명인전의 서봉수, 왕위전 유창혁, 그리고 기왕전에서 펄펄 날았던 김희중 등이 그런 케이스. 물론 특정 기전서 거꾸로 부진한 사례도 있다. 박영훈의 경우 다른 국제기전에선 승승장구 하다가도 유독 LG배만 만나면 힘을 쓰지 못해온 것. 하지만 올해 LG배에선 작심한 듯 연승가도를 달림으로써 징크스 탈피에 성공했다.

백이 △로 뛰어든 장면. 흑도 갈림길에 들어섰다. 참고1도 1로 호구치고 백 2 때 손을 빼 좌상귀로 걸쳐가는 것도 일책. 8까지 실리는 내줬지만 한 번 손 빼고도 선수를 잡게 되므로 괜찮은 흥정이다. 실전 13이면 25까지는 예정코스나 다름없는 정석 진행. 훗날 백 '가'의 단수를 약점으로 남긴 대신 중앙 흑세가 막강해졌다.

6분 만에 붙여간 26은 초반부터 백이 노려온 점. 또 한 번 숙제를 받은 박영훈이 하염없는 장고에 빠져든다. '나'로 아래서 젖히는 수가 무난하지만 참고2도 9까지 진행된 뒤 10으로 끊기는 맛이 꺼림칙하다. 그렇다면 흑 '다'로 위에서 젖히면 어떨까. 12분이 지나도 상대가 착점하지 않자 창하오는 자리를 벗어나 다른 대국을 둘러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