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보험(保險)을 들다

〈제3보〉(27~39)=창하오(常昊·32)는 훤칠한 키와 준수한 용모, 뛰어난 언변 등 3박자를 갖춘 중국 간판스타 중 1명. 23세 때 8세 연상의 선배기사 장쉔(張璇)과의 결혼으로 일찌감치 가정을 꾸린 뒤 국내외에서 맹활약해 왔다. 2005년 잉씨배, 금년 초 농심배 등 중국의 비원(悲願)으로 남아 있던 우승을 주도하더니 올해엔 춘란배서도 이창호와의 결승을 예약했다. 창하오에 대한 자국 팬들의 신뢰가 어느 정도일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12분 만에 27로 위에서 젖힌 것은 기세의 반발. 동시에 대국 호흡도 거칠어졌다. 32는 맥점이긴 하지만 참고1도 5까지의 진행도 가능했다.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앞으로 백 '가' 이하 흑 '라'까지 패(覇)가 진행될 경우의 팻감. 백이 참고1도 대신 32를 택한 데는 흑돌을 무겁게 만들어 팻감을 키우려는 속셈이 깔려 있다.

36은 굴복 같지만 정수. 참고2도 1의 2단젖힘은 4까지 흑의 자세가 너무 좋아진다. 38로 젖히고 39에 끊어 난전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우변 패의 결행 타이밍, 그리고 패를 볼모로 한 상변의 공방이 중반전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우변이 흑에게 화약고라면, 백으로선 미리 가입해 놓은 보험(保險)쯤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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